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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_올리버 핸쇼가 친오빠라면

1958년의 올리버는 박배우나 정배우 다 좋아하는데 박올리버는 뭔가 좀더 다정하고 이타적인 느낌이라 보면서 내 친오빠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함.
(물론 다정하고 이타적인 친오빠는 그 드물기가 자연산 도다리회와 비슷한 것이라고 하지만은...)


내가 한 열두살 정도고 올리버가 외견상 보이는대로 이십대 후반 삼십 정도의 나이차 많은 오빠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는데

처음엔 딸부잣집 장녀라 생겨난 오빠에 대한 막연한 환상 뿌라쓰 박올리버의 잘생긴 외모 때문에 상상만으로도 매우 행복했으나 뒤로 갈수록 뭔가 웃긴 결말이 나와 적어봄.



아홉시 반쯤 된 밤. 핸쇼 가 저택.(잘사는 놈이라는 설정-> 취업걱정 없이 타고난 감수성과 글빨만으로 겁없이 영문학 주전공 제2외국문학 부전공함) 거실과 복도에 불 다 꺼지고 조용한데 잠옷입고 필립 곰인형 안은 이집 막내(초딩)가 오빠한테 찡찡거리려 방문 두드림.

막내: 오빠(쭈삣쭈삣 들어감)
올리버: (좀 놀라서 책보다 덮음) 아직 안 잤니?
막내: 잠이 안 와.
올리버: 언제 자러 갔는데 왜 아직도 못 자구?
막내: 모르겠어... 누워서 한참 눈을 감고 있었는데 잠이 안 들었어. 그래서 눈을 뜨고 한참 천장에 무늬를 세었는데도 안 됐어.
올리버: 엄마 불러 줄까?
막내: 왜 아직도 안자냐고 혼낼거야...
올리버: 안 그래.
막내: 나 얘기해 줘, 오빠.
올리버: 그러면 정말 화낼 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막내: 오래 안 있을게.
올리버: ....
막내: 오빠랑 얘기했다고도 말 안할게.
올리버: (맘약해서 또 가라고 못함)
막내: 원래 언니가 재워줬는데 언니도 없고...
올리버: 이리 와.

(딱히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점점 진지해진다...; 왠지 집에서 막내딸하고 올리버하고 얘기 못하게 했을거 같음...눈물....)

막내: 나 델포이 얘기 해 줘.
올리버: 또?
막내: 몇번 들어도 재미있어. 여행 다니는 오빠가 상상돼. 재밌을것 같아.
올리버: 그렇게 재미있는 경험은 아닌데.. 힘들기도 엄청 힘들어. 너 싫어하는 벌레 나오고 쥐 나오고.
막내: 난 런던 밖으로도 나가본 적이 없는데?
올리버: 그래ㅋㅋ알았어. 그리스에 도착해서, 나는 곧바로 델포이로 향했어.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으니까.
(...)
그때 깨달았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신탁을 받는 장소로 여기를 선택한 이유.
막내: .....
올리버: 와....여기라면. 다가올 미래를 감지하고 나를 붙든 시간들을 초월할 수 있겠다.
막내: (....불안불안한데...)
올리버: 목소리. 괜찮아...다 괜찮아질 거야(울멍울멍)
막내: 오빠 괜찮아?
올리버: 응(목소리 삑사리남. 콧물닦음).
막내: 그만해도 되는데...
올리버: 이건 마치 먼 미래의 모든 걸 다 겪은 내가 위로하듯...(운다)다정한 속삭임...(계속 운다)위안처럼...(눈물뚝뚝 흘러서 막내 곰인형 위에 떨어짐) 목소리가...그렇게....
막내: (곰인형 위에 눈물 털어냄)
올리버: 이게 끝. 별 얘기는 아니지?
막내: ...(아닌게 아닌데....)눈물이나 닦어....
올리버: ㅎㅎ(닦는다)
막내: 미안해 오빠 얘기해 달래서... 난 다섯번째 얘기하는 거면 이제 안 울줄 알았어...
올리버: 그러게 내가 미안하네. 말할 때마다 눈물이 나서(울멍)
막내: (울멍)

(남매가 침대에서 곰인형 사이에 놓고 세트로 찔찔짠다. 장면 페이드 아웃.)



* * *

남편이어도 좋겠으나 게이이므로-_-;
오빠건 남편이건 실비아이건 상관없이 괜찮아. 모든것이 괜찮아질 거야. 라는 위안을 들으며 잠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