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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지난날_여행과 사진/201801 두바이 아부다비

두비두밥 두바이 - 워밍 업

 

 

정리를 하기는 해야겠지

 

용량이 허용하는 한 몇천 장의 사진을 한 손 안에 들고 다니면서 입맛대로 고르고 잘라 인스타그램에 전시하는 데는 길어야 몇 분. 사람들이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 짧다. 단 몇 초면 하트하트미 클릭클릭미 가능. 그런데도 굳이 노트북을 열어 사진을 옮기고 긴 글을 쓰기 위해 타자를 친다는 건 이젠 좀 구식인 거 같다.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게 구식이 되다니 그것도 놀랍지만 그 방식을 고수하고 싶은 걸 보면 나도 드디어 컴퓨터와 함께 나이를 먹은 건가 싶다. 하지만 나이를 더 먹은 후의 나는 내 여행을 잊더라도 블로그는 (티스토리 영업이 계속되는 한)잊지 않을 것이므로, 후다닥 두바이 여행기를 정리해 봄.

 

 

 

사막을 동경하는 해바라기

 

나는 내가 인간의 거죽을 쓴 해바라기라고 믿고 사는 인간이다. 추위와 추위를 불러오는 겨울을 혐오하는 것은 물론 비, 눈, 구름, 미세먼지, 빌딩의 낮은 층, 암막커튼 등등등등 여튼 햇빛을 가리는 건 죄다 불쾌해하는 종달새형 인간이 나다. 여름이면 사람이 죽어나는 뙤약볕이 내리쬐고 겨울에도 일조량이 부족하지 않은 나라에 살면서도 평생 햇빛구경 못한 양 안달한다. 일년 내내 비도 눈도 오지 않고 태양만 바라보고 선 땅에 대한 동경은 이런 기질에 따라 생겼을 것이다. 더욱이 북극의 한파가 밀어닥치는 겨울이 오니 설령 모래먼지에 눈을 뜰 수 없더라도 사막에 가야만 했다. 

 

 

 

하지만 엄마랑 간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직원항공권을 사용해서 여행하는 사람은 사전에 계획을 세밀하게 세우기가 어렵다. 계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시간대의 비행기를 잡아타거나 심지어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곳에 떨어질 수도 있다. (실제 러시아에 가려다 일반승객에 밀려 얼결에 괌에 간 적이 있는데 비행하는 4시간을 내내 멘탈 수습하는 데 썼다.) 원하는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을 때에 대한 대비는 치밀할 수 있을지언정, 여행지에 도착한 이후의 일정은 세밀하면 할수록 무너졌을 때의 실망도 크다. 나는 대부분 숙소 예약 앱과 구글지도, 로밍서비스만 챙겨 공항으로 향하고 당일 취소가 불가한 예약은 잡지 않는다. 두바이에서도 그럴 계획이었는데 솔직히 중동에 혼자 떨어지기엔 무서웠고, 결국 엄마를 여정에 합류시키면서 얘기가 좀 달라졌다. 

 

입금 전까지 주소도 모르는 남의 자취방 같은 곳에 가족여행의 베이스캠프를 꾸리긴 좀 그렇지 않은가? 저녁의 모래언덕에서의 샌드 서핑이 멋지다지만 오십견으로 팔 들기도 어려운 중년의 여인에겐 무리이지 않은가? 좀더 큰 여객기에 탑승한다면 무릎 통증이 장시간 비행에도 좀 덜 나타나지 않겠는가? 서쪽으로 열 시간 날아간 곳에서도 여전히 한방의학을 신봉하며 고기를 멀리하는 사람과 아무 로컬 식당이나 들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나라도 내 시누이가 사는 곳으로 딸까지 데리고 여행가서 아무데서나 먹고 자는 티를 내기는 싫을 것이다.

 

이런 고민 속에 몇날며칠 머리를 싸매고 계획을 짰음에도 결국 항공기 시간 때문에 일정이 반쯤은 틀어졌다. 어떤 계획을 세우건 누구랑 가건, 풀페이를 하지 않고 탑승하려는 자는 결국 하던 대로 무계획 여행이 제 팔자인 것이다.

 

 

 

일단 출발은 했고

웬만큼 사진 찍기를 즐기지 않고서야 여행지에서 손에 쥐고 드는 모든 것들은 죄다 짐이다. 모든 사진은 나의 아이폰과, 엄마의 갤럭시.. 갤럭시 몇이더라? 무튼 핸드폰 업계의 독점업체가 만든 두 개의 손톱만한 카메라로 찍었다. 최대한 많은 사진과 짧은 글로 정리한 일지를 쓰는 것이 시리즈 포스팅의 목표. 하지만 워밍업부터 너무 많은 소리를 찌끄렸고 벌써 망했다.

 

 

 

 

새로 바뀐 건지 여행지에 따라 다른 건지 모르겠는데 두바이행에서 먹은 기내식이 유럽/괌행보다 훨씬 나았다. 이제 생선x파스타의 조합 더이상은 naver... 카레덮밥도 생각보다 괜찮았네.

 

 

 

 

 

 

매번 외국 공항에 떨어져서 모르는 언어를 마주하면 'ㅅㅂ 여긴 어디야,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냐 또...' 라는 현타가 잠시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아랍어를 못해도 두바이에선 괜찮아요 80%가 외국인이거든! 모두가 엉망진창 영어를 하지만(정말이지 아무도 아라빅을 하지 않는다) 모두가 완벽히 의사소통을 하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랍니다 두비두밥. 

 

두비두밥 두바이! 

 

 

그리고 이 워밍업 후에 아무런 포스팅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