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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연극

[연극] 151008 프라이드

오늘은 묵은 관극 후기로 요리를 해볼까 합니다.

오래돼서 냄새가 날 지경인 관극 메모를 꺼내시고요. 

그리스 신화를 넣고 살살 끓여 주세요.

 

대충 있어 보임.

 

사진출처 http://www.matgamja.com/ 

구글링하니까 연결돼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몰릴까 봐 출처를 올릴 뿐

 위 식당과 저는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151008 Pride

CAST 배수빈/박성훈/임강희/양승리

가장 좋아하는 페어.

 

 

1막 1장.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어느 날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지혜의 신 아테나가

아티카 지역에 새로 들어선 도시를 두고 소유권 분쟁을 벌였다.

예나 지금이나 신이나 인간이나 안정적 자산 늘리기로는 땅따먹기가 최고였나 봄.

 신도시 부동산이 탐났던 두 신은 웬일로 치고받는 쌈박질 대신

평화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으로 내기를 하게 되었는데

도시의 시민들에게 더 유용한 선물을 주는 쪽이 이기는 걸로 하기로 했다 함.

 

 

먼저 포세이돈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찌르니 그 구멍에서 샘물이 펑펑 솟아나고 말(馬)이 뛰어나왔다.

아테나는 그걸 보고 땅에 본인의 창을 때려꽂았는데 올리브나무가 되었다.

 

 

이 시대의 인간들은 사칙연산에 밝지 못했던지

포세이돈이 두 개를 줬는데도 불구, 아테나의 올리브나무 한 가지가 더 유용하다 라고 판정을 내렸다.

 

 

배운 사람들은 말은 전쟁과 수렵을 상징하는 반면 올리브나무는 농경과 평화를 상징한다고 분석,

그리스인들이 농경사회로 들어서게 된 배경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고 하

 

지만 내가 봤을 때는 그냥 올리브가 맛있기 때문

또는 그냥 아테나의 퍼포먼스가 두번째라서 앞에 게 묻혔기 때문이 아니었을지...

 

 

무튼 이로써 도시의 이름은 여신의 이름을 따 아테네가 되었고

그리스의 국화는 지금도 올리브나무임. 

 

올리브의 꽃말은 평화와 지혜, 용기.

 

이 올리브나무에서 온 이름이 Oliver(男), Olivia(女)이다.

 

 

올리버라는 이름은 딱히 특이하다거나 신식인 이름이 아니나

영국에서는 요새들어서도 굉장히 인기있는 이름이라고 하네.

 

프라이드 원작의 작가가 본인 극본의 주인공이 그리스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는 복선의 장치로

주인공의 이름을 올리버라 짓지 않았을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이지만

(한마디로 그냥 흔한데 요새도 쓰는 예쁜 남자 이름이라 썼을 거 같긴 한데)

 

 

올리버의 극중에서의 역할,

특히 1958년의 올리버가 본인의 감정의 의미를 깨닫고

필립과 실비아 역시 그의 등장으로 인해 새롭게 무언가를 깨닫고 직시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갖는 의미와 '올리브나무'가 갖는 '지혜', '용기'라는 의미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지난 넉 달 동안 나는, 무언가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내 안의 그 감정은 정직하고, 순수하고, 그리고 선했어. 세상이 틀렸다는 거야!"

"올리버, 당신이 우리 집에 왔던 날, 뭔가가 일어났어요. 그렇죠?")

 

올리버가 '그리스'에 가서 '신탁'을 듣는다는 행위 자체도

뭔가 미솔로지 같은 냄새가 솔솔 나기도 하는 게

 

올리버라는 인물 자체가

타인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무지했던 시대,

무지했던 너와 나에게 꽂히는 아테나의 창이 아닐까.

 

  

처음 봤을 때 가장 어려웠던 이 1막 1장이

나에게 소중하게 느껴졌던 건

이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

올리버의 대사 하나하나의 의미가 더욱더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신탁의 예언을 듣는 올리버의 표정은

아주 벅차고 감동에 젖어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한

그런 얼굴이었는데

아마 신(어떤 목소리)으로부터 고마운 선물을 받은 아테네의 사람들처럼

먼 미래의 희망을 발견하고 기뻤던 게 아닐까....

 

그런 올리버의 여행기를 들으면서

강희실비아는 함께 눈물을 보이는 적이 많았는데 

실비아는 이 극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

아마 올리버의 이야기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페어가 이렇게 사랑인데 프라이드가 끝났네

제가 좀 울게요....(묵은지를 뜯으며 소주를 딴다)

 

 

 

1막 2장.

 

이 장면의 올리버-나치는 성훈-승리가 진리 아니겠습니까

이 장면 때문에 남은 락승리 전부 예매하지 않았겠습니까

연가시처럼 나를 파산의 늪으로 이끄는 외고페어.... 

 

독어 얘기만 하면 나는 자꾸 명준이가 소환이 돼서

"나...나 예 아니오밖에 할 줄 몰라!"

라고 올리버가 소리치면

[왜 몰라 내신에 안 들어가서 공부 안 했냐]

라는 생각이 든다든가

[나...나 핀든 이슷트 배지챈밖에 할 줄 몰라!]

라고 번역되어 들리는데

 

이런 나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2016년 모범생들 재연 뿐이겠죠

재연이 아니라 사연인가요 오연인가요

무튼 제발 와줘(feat.칠군)

내가 죽어가고 있잖아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

 

 

 

 

 

1막 3장.

 

실비아의 꿈 이야기 독백을 들으면, 리한나의 the way you are 2 가사 생각남.

이하 개발번역

 

on the first page of our story the future seemed so bright

우리의 이야기 첫 페이지에선, 미래는 참 밝아보였어

 

but the stand turned out so evil, i dont know why i'm still surprised

하지만 상황은 너무도 안좋아졌고, 난 내가 왜 아직도 놀라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어

 

....

 

but you'll always be ma hero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나의 영웅일거야

 

even though you lost your mind...

비록 당신은 미쳐버렸지만 말이야...

 

 

 

 

1막 5장.

 

배필립은 갑각류같다,

라고 메모해놨네.

 

자기방어 장난 아닌 느낌.

껍질 아래가 너무 약해서 더욱 더 안 휘둘리고 안 무너지려고 안간힘쓰는 사람 같다고.

 

"내 안의 그 감정은 정직하고, 순수하고, 또 선했어요. 세상이 틀렸다는 거야"

"하지만 난 아냐. 난 돌아갈 수 없어."

 

들어도 들어도 좋은 대사들.

 

 

 

 

 

2막 3장.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강희실비아의 외모나 최애의 올리버의 외모나

이 장면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에 더 좋아하는데

올린머리와 트렌치코트 같은 고전적인 스타일링이 너무 잘 어울려서

귀부인 같은 느낌을 주는 강희실비아와

앙상한 셔츠핏을 가려주고(...) 긴 다리를 돋보이게 해주는 롱코트를 입은 성훈올리버

(특히 마지막에 퇴장하기 전에 뒤돌아보는 부분.....

내가 연기나 장면이 갖는 의미나 비주얼이나 하나같이 너무 사랑하고ㅠㅠㅠㅠ)

참 보고있으면 맘이 훈훈해지는 비주얼이고

근데 장면자체는 맘이 찢어지는 장면이고

여러모로 감동받아 눈물을 줄줄 흘리곤 했다...

 

 

 

근데 프라이드가 이제 없네...

통곡...

 

 

 

자리 메모.

 

수현재 3열 중블 오른쪽 치우친 자리. 앞사람이 머리가 작고 앉은키도 작아서 괜찮다고 써놨네.

근데 에어컨 바람이 겁나 와서 커피 한잔 먹고 들어간게 체했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