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컬쳐리뷰_문화생활/연극

[연극] 151019 프라이드

 

 

쓰던거 분명히 임시저장 했는데.

다 날아갔음..................................

티스토리 망했으면^^ㅛ....

 

151019 프라이드

CAST

배수빈 정동화 이진희 양승리

 

 

 

1. 나는 언제부터 전캐찍는 습관을 들였을까요 열일곱? 열여덟?

 

요새 자꾸 이상한 습관들이 생겨.

첫번째는 그냥 남들이 좋다는 작품 한번쯤은 다 보고 싶다는 욕구고

두번째는 이래서 가는데 갔다가 한명씩한테는 꼭 치여서 애정트럭에다 담아오는 습관이고

세번째는 최애님 나오는 작품에 전캐를 찍는 습관

(-> 여기서 더블/트리플에 또 치임 -> 애정트럭에 또 담음 -> 차기작 보러 감 ->

다른 배우한테 치임 -> 애정트럭 담음 -> 차기작 보러 감 -> 그리고 아시겠죠? 반복됩니다.)

 

생각해보면 다 몹쓸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것들이군.

덕질분야를 옮겼다는 걸 자각하게 되면서부터

더욱더 본격적으로 이런 짓들을 습관화하고 있는 듯.

 

뭐 이러저런 배우들의 연기도 보고 작품도 보고

그러면서 보는 눈을 넓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찮

 

 

 

지 않아.

 

 

올리버 전캐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딱히 의식적으로 한 건 아닌데

어느날 일어났는데, 정말 일어나자마자 뜬금없이 든 생각이

꽃올리버를 봐야겠네....

였다.

그건 뭐였을까.-_-

 

 

 

2. 그래서 자리를 잡았는데

 

내가 이제까지 앉아본 수현재 좌석은 2,3열 중앙, 2열 중블 사이드, 2, 3열 오블, 8열 중블(지박령석), 10열 왼블 통로 이정도.

2,3열은 시야방해 거지 같긴 하지만 그래도 앞쪽이라 좌석이 비교적 낮은 편+최애가 키가 커서 한명이 통째로 없어지는 일은 많이 없다.

3열-6열 B석은 하도 악명이 높아서 겁나가지고 이때까지 안 잡아봤는데

막공 가까워서 자리가 별로 없었던지라

대강 B석 정도에 앉아보자 하고 6열 사이드를 고름.

 

그리고 엄청나게 후회했다.

 

수현재 6열 인간적으로 돈 받고 팔지 말든가 카포네 맨뒷줄처럼 방석을 제공해라-_-

여기 앉으면 초록색 긴 의자에 앉는 배우는 반드시 안보이는 마법이 일어남.

이건 앞사람 머리크기의 문제가 아님. 머리크기를 따지려면 앞사람이 머리가 없어야만 되는 끔찍한 자맄ㅋㅋㅋ

뒤가 7열 보유석이라 사람이 없어서 기웃기웃하며 볼 수라도 있었지 그거라도 아니었으면 정말 미쳐버렸을 거 같고

그나마도 움직일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 한명씩은 반드시 없는 상태에서 극을 봄.

올리버를 보러 갔는데 올리버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 급하다고 하면서 나가서 12열 보유석으로 지연 재입장시켜달라고 어셔한테 막장인 떼를 쓸까 하는 고민까지 해봤음.

거긴 그런 자리임.

앉아본 자리 중에 제일 최악이었다.

 

 

 

 

3. 1958년의 차분하고 진중한 올리버

 

아무튼 최악의 상황에서 본 올리버는 (내 눈에 보인 것에만 따르면) 58년에서 첫등장한 후 몇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금세 좋아져버렸다.

최애님의 58올리버는 좀 어색한데-특히 첫등장에서 "이런"하고 미간을 짚는 부분은 너무나 어색해서 열번을 봐도 도무지 익숙해지지를 못함.-

손동작 많아서 부산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뭔가 긴장타면서 꽃올의 첫등장신부터의 1막1장을 내리 관찰했는데

꽃올은 엄청 차분하고 자연스러웠다.

복선과 암시로 가득찬 1막1장 대사를 좀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음.

 

(사실 최애님 연기자체가 감정적인 느낌이 강해서 

다른 배우들을 보면 항상 이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특히 진중하게 본인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성인문학도 언젠가는 저의 글을 받아줄 날이 오겠죠, 언젠가는. 이라고 말할 때

벨리핀치와 같은 올리버의 '상태'가 그를 관습으로 가득찬 성인문학이 아닌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유로울 수 있는, 본인의 내면에 떠오른 것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 동화작가로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만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올은 외견이 좀 작고 단단해보여서 그런지

외로웠던 시간들을 견뎌내는 동안에 저절로 조용해진 사람 같았음.

그러면서도 본인 내면의 프라이드는 강해보였기 때문에

1막5장에서도 훨씬 설득력 있었다.

 

최애의 올리버는 길고 바짝 마른데다 스타일링을 좀 어려보이게 하고

감정적으로 몰아치기 때문에 어딘가 휘청대는 사춘기 소년같아서

'아 저 사람 진짜 간절하구나' 라는 생각은 들어도

'저 사람 말이 정말 그럴만 하다'는 설득력은 떨어짐.

반면 꽃올은 정말 뭔가를 깨닫고 그걸 설파(...)하러 온 강한 사람이었음.

그래서 그런가 이날 1막5장의 필립은 엄청 흔들렸다.

 

근데 1막은 다 좋았는데 2막2장은 좀 그랬음.

되게 해맑게 웃으며 등장해서-_-;;;;

최애올리버는 등장부터 퇴장까지 '나 지금 파워죄책감 느끼고 있음',

'나 실비아 제대로 못보겠음' 을 얼굴에 써붙이고 있는데

그런 해석이 더 낫지 않았을까.....

 

 

 

4. 그런데 2015년에도 조용하다?

 

아무튼 그래서 최애가 담백한 연기는 별루구나 싶었는데

15올리버는 나 확실히 최애님 호ㅋㅋㅋ

꽃올은 뭔가 원문에 되게 충실한 느낌인데

(ex. 1막 1장 필립의 "스카치? 얼음과 물?"이라는 질문의 대답을 원문대로 "완벽합니다(perfect.)"라고 받는 거라든지

치는 대사를 보면 내가 읽었던 원문의 내용을 거의 안 건드림)

반면 15년에도 차분하고 디테일 추가가 적어서 사랑스러움은 덜하다.

(근데 그 머리는 진짜 귀여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푸들.....?)

김자홍씨 봤을 때는 별로 안 그랬는데(깨방정 대폭발) 

올리버에 대한 본인의 해석이 그런걸까 궁금하다.

 

그러다 보니 꽃올을 보는데도 최애올리버가 겹치면서 

이런이런 것들은 본인이 생각해서 넣은 거겠구나 싶어서 덕심이 또 폭발하고...

 

근데 별로 안 우는 건 좋음ㅋㅋㅋㅋㅋ

담백함ㅇㅇ 진짜로....

요새 최애님을 보고 있자면

대본을 펄럭펄럭 넘기다가 "음 이번엔 여기서 또 울어볼까" 하고 짚는 게 상상된달지...

꽃올은 전체적으로 올리버가 담백해져서 그거대로 보는 맛이 있었음

 

 

 

5. 하루는 별로였다가, 하루는 좋았다가 하는 실비아

 

진희실비아가 그런데 이날은 사실 잘 안보여서-_-;

58년도 진희실비아는 사실 별로 안 좋아하지만

1막3장에서 필립한테 "올리버가... 불편했어요? 리처드처럼?"하고 물을 때

뭔가 질문할 결심을 한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듣는 건 두려운 사람처럼

의자를 꼭 쥐고 손이 떨리는 모습

그 모습 되게 인상적이라 좋아함. 

 

 

6. 사실 승리피터 말인데

 

멀티 역은 원래 승리배우 호이니까 그렇다치고

 

사실 나 승리피터 의상이 진짜 좋은데.....

사실 의상 말고.... 대충 걷은 와이셔츠 소매 밖으로 나온 팔목이요

그리구 손동작할때 가지런히 모은 손끝이요

그거 너무 좋음... 손 너무 이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나 승리배우 팔목하고 손덕후다!!!!!!

커튼콜때 피터 의상 입고 나와서 너무 좋다!!!!!!!!!!

 

 

 

 

크흐흑 말했어. 내가 말해버렸어.

뻘하다면 진짜 엄청 뻘하게 치인 포인트인데

승리배우 피지컬 진짜 설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고만 있어도 좋음 진짜...

 

 

 

7. 배필립의 유약함이라니

 

이날 배필립 보고 놀랐던 게

원래 화도 크게 내긴 하지만 올리버 말에 크게 흔들리는 사람은 아닌 거 같았거든.

흔들리더라도 타인 앞에서는 '나 안그럼ㅇㅇ'하고 전혀 아닌 척 잘 감추는 사람이었는데

이날 실비아한테 화도 엄청 크게 내고

특히 1막 5장에서는 올리버 말 듣고/올리버 보내고 나서 소리내서 크게 울더라.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되게 약해보였음.

무너지면 한순간에 젠가 무너지듯이 와장창 무너지는 사람이었다.

 

퍼레이드신에서는 뭔가 올리버 말듣고 눈 똥그래지는뎈ㅋㅋㅋㅋ

올리버의 감정표현이 덜해서 그런가 필립이 좀더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 된듯 싶었음.

 

 

 

 

 

무튼 이제 남은 표가 별로 없네.

프라이드를 보낼 마음의 준비를 진짜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