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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연극

[연극] 151017 프라이드(낮)

 

151017 CAST

배수빈 박성훈 이진희 양승리

 

낮공만 보고 돌아왔는데 오늘 왜 갔냐면 배락 때문도 아니고 락진희 때문도 아니고 락승리 때문임(...)

모범생들의 망령이 아직도 나를 지배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직전에 봤던 락승리 합이 너무너무 좋았음 1막2장, 2막1장에서 갑자기 실친미 대폭발ㅋㅋㅋ

원래 나치, 피터 각각과 올리버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ㅋㅋㅋㅋㅋ

 

 

그래서 사실 프라이드 이제 그만 잡고 다른걸 좀 보다가 웃대로 넘어가야겠다 생각했는데

락승리 때문에 남은 조합 거의 전부 예매했다... 안될사람....

 

 

 

 

 

 

1. 자리

 

수현재는 어차피 1열 못잡을 바에는 뒤로 가는 게 좋음.

2, 3열도 사실 그렇게 크게 개똥같은 자리는 아니지만

앞사람, 앞사람 좌우 총 3인의 앉은키와 머리크기에 따라 정면 시야방해 여부 복불복이 굉장히 심하고

2막 1-2장처럼 사이드를 많이 쓰는 신의 경우 내 자리가 그쪽 바로 정면이 아니라면

그냥 내 앞 전체 인원의 머리크기가 작기를 바라야 함-_-

 

그에 비하면 8열은 좀 멀어도 마음이 많이 편하다 ㅋㅋㅋㅋㅋ

1열은 거의 안 나오지만 8열은 늦게 예매해도 좌석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고

 

나 지금 이번차수 프라이드 1열 한번도 못앉아 봤다는 거 돌려 말하는 거야...

 

무튼 그렇게 8열 지박령이 되어 있는 상태임.

 

사실 스피킹 인 텅스 보러가서 '어디든 상관없겠네, 그냥 전전익선이잖아?'라고 생각했는데

무대를 낮출줄은ㅋㅋㅋㅋㅋㅋ 대체 왜죠....

 

 

 

2. 승리멀티의 의사

 

극 시작하고 초-중반 승리배우의 '의사'의 컨셉은 빙썅이었다.

다정하게 웃고 있지만 그 뒤의 경멸, 무시, 혐오, 무관심 그런 것들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었음.

이 직전에 내가 봤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모토를 바꾼 건지 오늘의 '의사'는 온도가 확 내려가 있었다.

2막 1장에서는 부산스러워 보일 정도로 손동작도 많고 목소리도 큰, 방방 떠 있는 피터를 연기하고 넘어온 터라 

더욱 전혀 예상 못했던 변화라서 되게 놀랐고 2막 4장 진행되는 동안 숨도 못 쉬고 봤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웃음기 없이 차갑게 질문하고,

치료방법 설명도 숨쉴틈 없이 빠르게 줄줄 읊어주는 그야말로 사무적인 태도.

 

원배우의 '의사'와 비슷한데 원배우는 뭔가 짜증스러운 태도+따져 묻는 말투가 묻어났다면

오늘 승리배우는 그야말로 더러운 뭔가를 보는 듯한 직접적인 경멸이 눈에서 뚝뚝 떨어졌다.

웃지도 않았기 때문에 안 그런 척마저도 안하는 걸로 보였다.

 

이런 승리배우의 연기 자체를 보는 게 첨이라 낯설기도 했는데

4장 끝나고 암전에 와....헐. 약간 이런 느낌?ㅋㅋㅋㅋㅋㅋ

배필립이 기가 눌리는 것처럼 보이다니 신세계였다.

(피지컬 때문인가...-_-a)

 

 

 

 

3. 편집장과 이야기하는 올리버, 오르게이즘의 컨셉에 대하여

 

원래 이 신(2막1장)의 올리버는 온도차가 있긴 한데

오늘은 락승리 페어 합의 힘인지 그게 좀더 극명했다

해리 삼촌 이야기 직전까지 "헹... 뭐 다들 1명씩 꼭 다 있더라고요"하고 대강대강 듣다가

해리삼촌 이야기부터 급진지하게 경청하는 게 귀엽기도 하고 ㅋㅋ

 

 

 

 

갠적으로 이 신에서 생각할 거리는

"이성애자 남성들을 위한 게이 섹스",

피터의 컨셉대로라면 "게이가 하는 건 존나 센스 있고 개짱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들이 과연 게이에 대한 장벽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것에 긍정적으로 일조하는지 여부임.

 

편집장 피터는 일단 '게이 친화적'인 사람으로

게이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옳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

과연 익명의 섹스(것도 야외...)라는 변태적인 면을 보여주고자하는 게 옳은 일일 거냐.

안그래도 게이문화에 대한 편견은 그런 쪽이잖아?

옳은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의 잡지 이름부터가 오르게이즘-_-a....

 

 

성소수자 문화를 사회에 특히 대중문화에 어떻게 끌고 들어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늘 있어왔던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커피프린스 1호점이나 개인의 취향 같이 드라마 등에서 지극히 간접적으로만 묘사되었고

최근에 '진짜 게이'인 홍모 연예인이 공중파 예능에 출연하기 시작한 게 상당히 상징적인 것 같음.

 

아직까지는 단순히 게이가 '도매가로 팔려서' 희화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홍모 연예인은 물론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 이미지이긴 하지만

뭔가 여성스럽고, 같이 예능 출연하는 남성 연예인들에게 우스꽝스럽게 들이대는 등의 행동이 아직까지는 웃음 유도하는 중요 포인트인것 같다.

그외의 게이 소재 대중매체라 하면 파워꽃미남 둘이 이루어질 수 없는 애달픈 사랑을 연기하는 팬픽 수준의 드라마 외에 또 뭐가 있나?

그외 개그 프로그램 같은 데서 싸잡아 희화화하는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고.

 

 

대학교 막학기에 일본문화를 공부하면서 오네상(언니) 문화에 대해 짧은 발표를 들었었는데

오네상은 게이 전반은 아니고 정확히는 본인을 여성이라 생각하고 여성스럽게 꾸미는 남자를 이르는 말로,

각기 다른 캐릭터 컨셉을 잡아서 방송에서 어필하고 있다고.

 

IKKO같은 경우 뷰티 스페셜리스트로 굉장히 유명해졌고

스기우라 타카아키는 영화 평론가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는데

어떻게 보면 수많은 홍모 연예인이 활약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거 같다.

 

그 발표자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성적인 부분의 호기심 자극으로 시작해서 인간적인 면모 혹은 개성 어필까지 가능한 게

현재 일본문화 내의 오네상의 현주소이고,

이러한 오네상들의 대중 노출을 통해서 대중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가고 있다.

 

무슨 내용의 글이건 간에 게이라는 존재가 일단 미디어 노출이 되어야,

그 후에 그 사람의 이름은 올리버 핸쇼인데 비록 공원에서 아무나랑 막 하는 걸로 먼저 소개가 되었지만(...) 사실은 글을 존트 잘쓴답니다. 짜잔!!! 라는 어필도 가능해진다-

라는 부분은 일응 일리가 있으나....

 

이후 올리버가 2막 5장에서 '그만둬야 할 것 같애, 나답지 않은 것들이었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뭘 갖고 사회에 설 것인가"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일 것 같다.

 

 

 

4. 필립이 보내준 사진 이야기를 하는 올리버

 

최애님은 올리버를 연기하면서 울보가 되었는데

원래 울만하다는 신에서도 울고 안 울어도 될 신에서도 줄줄 운다.

(울어도 될지 말지는 사실 캐릭터를 해석해서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 결정할 일이긴 함)

계속 운다.

저 배우 뭔 일 있나 싶을 정도로 운다.

 

안 울어도 될 신인데 최애님이 울어서 나도 울게 되는 신이

2막3장에서 2015년의 올리버가 필립이 보내준 사진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이다.

 

사실 오늘은 실비아와 필립이 딱히 크게 와닿지 않아서

손수건 쓸 일이 없겠구나 싶었는데

 

이 장면에서 올리버가 실비아랑 웃고 떠들다가 필립과의 추억이 떠오르니 바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울먹울먹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함

필립하고 같이 있고 싶고, 그리운 추억을 꺼내놓으며 그런 사이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그 간절함이 느껴질 정도로 욺

(알았으니 그만 울어라....)

오늘은 특히 더 애절해서 무릎 위에 올려뒀던 손수건 부여잡고 연신 눈물 찍어내며 봤다.

있을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맨 처음엔 안 그랬는데 이 신에서 엄청 찔찔 우는 걸로 노선을 바꿨을 때

나는 사실 개인적으로 배우님이 누구한테 차인 줄 알았음(...)

사실 요새도 실제 차였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는데.... 

아니면 이런 연기가 어떻게 나오는 거니 

 

 

2막3장의 올리버는 사실 전혀 이해가 안 됨.

지금 누구랑 또 하고 온 거잖아?

1막2장에서 나치에게 "못하겠어"라고 한 거나 그러다가 필립한테 들켜서 족되고

실비아가 "삶, 이었지! 필립을 만났잖아!" 라고 한 거랑 전혀 안 이어지지 않니 이자식아

취재 중이었는데 내 맘대로 안 됐어 라든가.... 뭐 이렇게 가야 올리버의 트라우마 치료 혹은 개과천선이 입증되지 않음?;

근데 또 하고 와서 "고별 기념 퍼포먼스였어!"라고 해맑게 말하다니....

확실히 15실비아는 올리버 엄마임. 내 애가 이렇게 진상인 걸 숨기고 필립하고 또 이어줄라고...

불쌍한 필립...

이게 다 전생의 업보야...

 

그 와중에 공감가는 부분은

나처럼 길을 잃은 사람이 아니야.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이지, 라고 말하는 거.

자신이 좋아하는 것, 가야하고 가고싶은 곳을 분명히 아는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지.

그건 완전히 설득당했다. 

 

 

 

5. 퍼레이드 신의 필립과 올리버

 

여운이 길게길게 남을 것 같은 오늘의 베스트 신.

배필립이 대사를 원래 좀 빨리 치는데

일어나서 관객석을 보면서부터는 갑자기 표정 변하면서 여백을 길게 잡고 본인 표정도 서서히 변하는데

보면서 긴장하고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뒤에 앉아있던 올리버의 표정도 점점 같이 바뀌어가고,

순식간에 1958년으로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일어나기 전부터 눈에 눈물이 차오르던 올리버.

 

1958년의 목소리로 필립이 "미안합니다."라고 말하자

일어나면서 "뭐가 말이죠?"라고 묻기 전에 눈물 참느라 한박자 쉬고ㅠㅠ

"날 배신했지," 라고 말할 때도 눈물 참느라 두박자 쉬고ㅠㅠ

필립이 "내가?"라고 되물으면 "응!"하고 좀 귀엽고 해맑게 말하는데

뭔가 오늘의 "응"은 울음 때문에 대사도 좀 먹혀서

'당신이 정말 그랬었지'하는 서러운 기억이 돌아온 사람 같았다ㅠㅠ

"용서할게, 난 뭐든지 용서할 수 있어 넌 돌고래니까"라는 부분도 귀여움보다 절절함이....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용서할게" 부분에 매번 엄마미소 지었었는데 오늘 그냥 오열함....ㅠㅠㅠㅠㅠ

정말 1958년의 영혼 둘이 마지막 사과를 주고받는 것 같아서 마음에 뭔가가 쿵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만 울어!!!!!!!!!!!!!!!!!!!!!!

나 통곡하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최애님은 왜 또 여기서 갑자기 수도꼭지 틀기로 결정하는 거야ㅠㅠㅠㅠㅠ 

고만좀 트세요 나도 눈물 줄줄 쏟잖아ㅠㅠㅠㅠㅠㅠ

 

감동이랄지 애절함이랄지 아무튼 눈물 쓰나미가 폭풍처럼 밀려와서

실비아가 등장해서 마지막 대사를 읊는 동안에도 정신없이 울고

암전되고 배우들 인사할 때도 여운이 안 가셔서 힘들었다.... 박수 제일 오래 친 듯.

 

 

 

 

 

6. 58년 진희실비아랑 또

 

안맞는다는 걸 느껴버렸네...

저번에 봤을 때 좀 화해한거 같다 싶을 정도로 괜찮았는데

그간에 강희실비아만 두어번 보다가 오랜만에 보니까 왜이렇게 말이 빠른지;

2막은 괜찮았는데 1막3장에서 필립하고 대화할 때 너무 건조하고 빨라서

그냥 대사 치고 넘어가기 급급한 것처럼 들렸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편이 '등을 돌리고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는,

그래서 아이라는 수단으로라도 외로움을 이겨내보고자 하는 아내의 심정에 이입하게 되어서

1막3장에선 거의 눈시울이 붉어지게 되는데

오늘은... 무덤덤하였음.

 

 

7. 배-박 1막 5장에서의 합

 

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볼 때마다 어딘가 묘하게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램프 넘어뜨리면서 얼굴 때리는 건 매번 어긋난 거 같은데-_-; 라는 어색함을 주는데

최애님이 잘못 넘어지는 거냐 배필립이 잘못 때리는 거냐 둘 다냐...

다 좋은데 뭔가 묘,....하게 배-박이 이 신에서는 신파극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8. 새삼스럽게 곱씹어 보니까 제목이 멋있어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루면서

당당하게도 제목이 프라이드라는 점.

 

 

9. 손수건 굿즈는 관상용으로

 

원래 관극하면서 눈물을 찍어내야 할 정도로 울지 않는데

프라이드 보면서 눈물나는거 그냥 뒀더니

극장에서 나와보니까 얼굴에 수정화장이 불가능한 눈물길이 생김-_- 

 

딱히 손수건 굿즈가 예쁘다는 생각이 안들어서 안 샀었는데

이 극이 손수건을 써야만 될 극이 되어버리면서

이왕 살거면 굿즈로 사자-_- 라고 해서 올리버의 손수건을 샀었다

근데 흡수력 시망임

뻣뻣하고 안 예쁘고 흡수력까지 안좋은데 괜히 덕밍아웃만 되는지라 

결국 굿즈는 사용을 포기하고 백화점 가서 실제 쓸 걸 따로 한장 샀는데

백화점에서 사도 만원이면 사더라-_-

근데 이런 퀄의 손수건을 굿즈라고 만원 주고 샀다니...부들부들

굿즈라서 참는다.

곱게 다려서 관상용으로... 근데 관상을 하려면 뭐 어디다 둬야 돼 벽에 걸어야 되나;

 

 

전체적으로 락승리 조합 보러 가서, 의도대로 두 배우 위주로 만족하고 온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