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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연극

[연극] 160110 겨울이야기

 

 

국립극단에서 2주간 상영하는 셰익스피어 원작인 극.

작년에 공연되었던 국극 중 보고 싶었는데 표와 시간이 안 돼서 못 본 극들이 있었는데

그중 '조씨고아...'는 결국 표 구하기에 실패.

그랬는데 올해의 연극 등등등에 줄줄이 선정되어 극심한 복통에 시달렸다.

 

'시련'은 눈에 불을 켜고 인터파크 앱과 국극 홈페이지를 드나든 결과

겨우 자셋까지 할 수 있었음

 

 

시련 자첫 표도 못 구해서 눈밭의 벌판에서 헤매일 때

내면에서 울컥하고 분노가 솟구쳐서ㅋㅋㅋㅋ

아니 이 표가 뭐라고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하고있나

이후부터 국극은 닥치고 첫공간다!!!!!

 (보통 이정도로 빡치면 안간다고 내팽개치지 않냐)

 

그래서 다녀와 봤다.

 

 

160110 겨울이야기

CAST 고정

*스포 다량

 

 

인데 어쩐지 국극=명동예술극장 생각이 들어서

2시 35분에 명동예술극장에 도착하는 바보짓을 자행-_-

불 다 꺼져 있고 아무도 없어서

그제서야 극장 확인하니까 국립극장이라네.

 

 

나 새끼....

 

 

 

 

 

 

 

 

명동 한복판에서 무려 모범택시 잡아타고 국극으로 날아감.

참고로 여기 메모해두는데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까지 택시로 10분 정도 걸린다지만 솔직히 이정도 레벨의 바보짓을 또 한다는 건 정상적 활동이 불가능한 것이므로 그냥 탈덕각임

 

 

 

 

 

 

 

 

 

 

배경 ECC인 줄...

 

 

 

 

 

갠적으로 맘에 드는 포스터.

레온테스의 눈빛과 헤르미오네를 붙든 손이 주제를 잘 표현하는 듯.

 

 

포스터에도 나타나 있듯이

등장인물들은 전부 현대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소품과 배경도 현대임.

(특히 신하들 같은 경우에는 전부 정장을 입고 나와서

왕가라기보다는 사장님과 비서들 같은 느낌ㅋㅋㅋ_

 

 

 

 2막에서 양치기와 걸인들의 축제가 벌어지는 현장이

그라피티로 그려놓은 지하차도(하수도?)라서

1막의 식탁 하나 놓인 궁전보다 시대배경을 확실하게 보여줌.

 

 

 

반면 이름은 레온테스, 헤르미오네 등 그리스 신화에 등장할 법한 이름들이고

대사도 셰익스피어 원작을 직역한 듯한 고어체라

배경/의상하고 대사를 분리해놓은 듯해서 특이한 느낌을 준다.

 

 

재밌긴 한데 고전의상이면 좋았을 걸...쩝.(의상덕후)

 

 

밑도 끝도 없는 레온테스의 질투가 분출하게 되면서 폴릭세네스와의 우정을 잃고

아내 헤르미오네를 결국 죽음으로 내모는 1막은 꽤 극적이고 강렬하다.

레온테스 역의 배우의 목소리 톤과 눈빛도

그리스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미친 왕"의 모습을 잘 전달한다고 생각.

 

 

 

옥에 갇혔다가 재판정에 서는 헤르미오네의 모습은

'시련'에서 감옥에 갇혀 있던 존 프락터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1막 스토리 자체도 어이없는 의심을 받은 자가 고초를 겪는다는 부분에서

'시련'과 비슷하기도 했고.

분장 디자이너가 시련 제작진 중 하나던데 그래서 그런가

아무튼 피투성이 죄수 구현에 일가견 있으신 듯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아폴론의 신탁'이라는 고전 그 자체인 판정을

'우편'으로 받아보는 모습 같은 건 되게 재밌었다

 

그런데 그것조차 믿지 않는 레온테스의 타진요처럼 끈질긴 의심은 대체 어디서 온 건지 모르겠다. 개종했나

프로그램북의 연출 인터뷰에 보면, 레온테스의 의심은 뿌리가 없다.

그냥 생겨나는 것이다.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딸을 버리게 하는 이 무서운 의처증에 이유가 없다니

그런 사실이 더 무서웠다.

 

 

 

그리스 신화의 미친 왕들이 보통 그렇듯 레온테스는 지 손으로 온가족 줄초상을 치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는데

신하 안티고누스의 아내인 폴리아나가 레온테스에게 직언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신하의 아내이니까 당연히 폴리아나도 레온테스의 신하이긴 하지만

보통 그리스건 어디건 신하는 남자인데,

안티고누스를 제치고 나와 그 아내인 폴리아나가

(그것도 식탁 밑에 엎드린) 레온테스를 (그것도 자신은 의자에 앉아서 다리 꼬고 내려다보며)훈계한다는 게 신기.

검색해보니까 원작에서도 폴리아나의 역할은 비슷한 것 같네?

 

 

 

 

 

비극 매니아라서 그런가 이런저런 장치와 스토리를 곱씹으며 1막은 되게 재밌게 봤는데,

상대적으로 2막은 넘나 급전개인 것...

 

원작을 모르는 상황에서 1막까지 보고 나서 나는 이 이야기가

"버려진 바리데기 공주의 복수극(여기에 억울하게 내연남으로 몰린 폴릭세네스 또는 부당해고 당한 비서실장 가담 가능)"이든지

레온테스가 딸인 페르디타에게 반하게 되었다가 딸인 거 알고 시망폭망함으로써

자기 벌을 다시 받고 나라마저 망했다는 "가족드라마 막장버전 죄와 벌" 이든지

둘 중 하나일 거라고 믿었는데

 

 

웬걸 해피엔딩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2막에서 사기꾼 역의 비중이 큰데 연출 상 딱히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진 않고,

성인이 된 페르디타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 것 같지도 않다.

.....?

특히 레온테스가 딸 페르디타와 재회하고 폴릭세네스와 화해하는 부분이

그냥 신하의 독백으로 설명되어 버리는 게 너무 아쉬웠다. 

 

 

 

플로리젤이 지맘대로 결혼을 결정해 버려서 폴릭세네스와 갈등이 고조되는 것 같았으나

이 갈등 해결도 자세히 설명되지 않고....

네이버 검색이 그러는데 이게 셰익스피어의 대용서와 대화합 공식을 그대로 따른 드라마라면서요?

근데 대용서 대화합 장면이 빠졌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화려하게 준비는 했는데 알맹이가 너무 빈약한 느낌이랄까.

1막이 재밌어서 기대가 커서 그랬을 수도 있고.

 

 

 

2막에서 볼만한 건 무대 세트 정도.

아마 이 무대 전환 시간을 위해서 사기꾼 캐릭터가 인터미션처럼 노래도 부르고 관객 참여도 유도하고 하는것 같은데

딱히 극과의 연관성이 크지 않아보인달지.

 

 

 

1막 첫부분과 2막 마지막에서 비를 활용한 무대장치가 활용되는데

비의 의미가 뭘까...

내면의 의심, 역경, 고난 이런 거 같다.

둥그런 세트 안에 사람들이 서로를 의지한 채 들어가 그 비를 피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좋았던 점과 별로였던 점을 요약하자면

좋았던 건 1막, 무대 세트_특히 벽, 레온테스와 폴리아나의 연기, 2막 초입의 '시간' 역의 배강유 아역(...), 비를 피하는 결말 장면

별로였던 건 2막 전반(...), 병풍된 페르디타와 플로리젤, 사라진 대화합 서사

이 정도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