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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연극

[연극] 160130 엘리펀트송_ Merry Christmas, Mr. Lawrence

160130 엘리펀트송

15:00

CAST 박은석 / 정영주 / 김영필



뒤늦게 치여서 4번 보고 끝내야 했던 엘리펀트 송. 

재균배우와 은석배우의 마이클은 각각 다른 느낌으로 좋았다.

재균마이클은 목소리도 제스쳐도 크고, 말 안 듣고 떼쓰는, 미친 아이 느낌이 강했고 은석마이클은 비교적 차분하고 똑똑한 학생 같았다.(단지 하나도 안 미친 거 같음...)

둘다 너무 괜찮게 봤기 때문에 없는 시간에 엘송 관극 끼워넣을 때 누굴 봐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는데 결국 좀더 담백하고 슬픈 느낌을 줬던 은석마이클로 엘송을 보내주기로 했음. 둘다 봤으면 참 좋았겠지만....

원영마이클은 결국 못봐서 아쉽다...


한편 정영주-김영필 페어는 서로 기싸움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정영주 배우의 피터슨은 마이클에게도 고압적인 느낌인데 뒤로 갈수록 원래는 마이클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게 '밝혀지는' 듯하다면, 고수희 배우는 친누나나 엄마처럼 마이클을 아끼는 사람 같았다.

고수희 배우도 한번 더 보고 싶었는데...



4번 중 은석마이클 3번 봤는데 두번째에 '오늘은 되게 초딩같네' 싶을 정도로 어려졌었는데 이 날은 다시 담백해져 있었다.


"'사랑해 마이클'....이라고 했으면 최고였을 거에요."

라고 하면서 안쓰럽게 눈을 감는 마이클의 얼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마이클의 결핍, 외로움, 깊은 절망...

마이클의 엄마는 아들의 곁이 아니라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사는 사람이었고 오랜 시간 꿈에 그리다 만난 아빠라는 존재는 아이의 눈앞에서 코끼리를 쏘아 죽이는 사람이었다. 그 트라우마도 누군가 곁에 있어줬다면 아무 것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걸 메꿔줄 것처럼 굴었던 엄마는 안소니만을 남기고 다시 마이클을 외롭게 했다. 마이클이 비로소 사랑하게 된 가족 외의 '타인'인 로렌스는 "너를 사랑할 수 없다" 라고 한다. 다른 사람을 찾고 싶지만 사방이 막힌 병원에 갇혀 있다.

이제는 제발 나에게 사랑, 아니면 죽음을 달라.

마이클이 몇 시간 동안 로렌스의 방에서 그린버그에게 한 말들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극 보다가 이런 생각들에 너무 슬퍼서 암전 되자마자 손수건에 얼굴 묻고 흐느껴 울다가 힘이 다 빠져가지고 집에 터덜터덜 돌아옴...




마이클의 몸에 새겨진 히브리어 문신 "사랑 아니면 죽음을 달라"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건 굉장히 아쉬움으로 남는다.(아쉬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긴 함)

포스터에서도 그렇고 극에서도 그렇고 임팩트 있게 시선을 잡아끄는 분장인데, 정작 그래 놓고 이게 뭔지 뭘 왜 쓴 건지 언제 쓴 건지 극만 봐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음.

암시라도 줘야지 히브리어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소.... 어떤 장치라고 해도 장치를 아무도 못 읽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ㅠ_ㅠ



엘리펀트 송에 빠지고 나서 들으면 마음이 찢어지는 곡이 있는데, 류이치 사카모토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라는 곡이다.

제목부터가 완전 엘송 주제가 아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쳐버릴 거 같음ㅠㅠㅠㅠㅠㅠㅠㅠ 해피뉴이어도 해피버스데이도 아니고 메리크리스마스야ㅠㅠㅠㅠㅠㅠ

원래는 우타다 히카루가 힙스럽게 편곡해서 가사 붙인 거 좋아해서 매번 들었는데, 우타다의 노래도 괜찮긴 하지만 원곡이 훨씬 서정적인 편이라 극하고 더 어울리는 듯.

난 모르겠다 우타다고 류이치고 이제 아무거나 듣기만 하면 눈물샘을 더블클릭해버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참고로 우타다 곡은 음원으로만 들어야 됨. 이 언니가 라이브를 넘나 못해버려서 라이브 들으면 내가 스스로 엘송 모욕하는 기분이 듦(...)





그리고 사진을 망했는데, 흔들리거나 한 수준이 아니라 사진이 온통 새까맣다.........대체 어떻게 된 거지....

바냐아저씨 찍은 설정 그대로 찍었는데.... 아트원이 더 어두운데 이게 무슨 일이냐...

내 카메라는 나랑 5년을 살았는데 아직도 내 말을 안 듣는다.





아니 김배우님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찍혔단 말이야

근데 정배우님 나오면서부터 시커매지더니(그래서 정배우님 사진 한장도 없음 다 김처럼 새까맣다)







혼신의 힘을 다해 살려본 게 이 정도.

무슨 일이야...






형제님 저와 제 카메라의 케미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성스럽다

ㅋㅋㅋㅋㅋㅋ

ㅋㅋ






들어가면서 양손가락 까딱까딱해주던 은마이클 ㅎㅎ

엘리펀트송 진짜 끝....

마이클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