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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연극

[연극] 160211 날 보러와요_OB팀

160211 날 보러와요


CAST_OB팀

김반장_이대연

김형사_권해효

박형사_유연수

조형사_김뢰하

박기자_이항나

용의자_류대호

남씨부인_이봉련

미스김_공상아

멀티_차순배





살인의 추억의 원작 연극으로 잘 알려진 '날 보러와요'가 20주년을 맞아 원작 연출의 OB팀과 새로운 연출인 변정주가 이끄는 YB팀으로 나누어 공연한다.

일단 국극 극이라서 머뭇거리다가는 표가 없기 때문에 일단 잡아놔야지 하고 생각은 했는데



이게 어딜 봐서 미스터리 스릴러 극의 포스터인가. 20주년이라는 점도 부각이 전혀 되고 있지 않다. 그냥 인물사진 전시회 플라이 같음. 올해가 두달도 안 지났는데 이미 2016년 최악의 포스터를 발견했지 싶다.




심심해서 인터파크에서 털어본 그간의 날보러와요 포스터들.






 2010년(대전)




2012년. 워우 이건 좀 무섭네






2014년_앵콜인 듯




2014년




2016년 포스터와의 온도차이... 아니 거의 장르 차이인 듯.






1. 전반적 스토리의 느낌


OB팀의 날보러와요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수사과정을 재현하는 데에 충실한데, 수사반 세트 안에서 모든 과정을 보여주는 터라 오히려 형사들이 그 안에 갇혀서 진전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목격자가 사망하는 순간이 꽤 극적으로 그려지는데 연극에서는 대사 몇 마디로 지나가는 것도 그렇고, 수사에 가장 적극적이던 김형사가 미쓰김과 느닷없이 연애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도 그렇고, 처음부터 끝까지 세 명의 용의자를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것도 그렇고- 극은 전반적으로 미진하고 답답한 수사과정을 고발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로 스토리는 매끄럽게 흘러가지만, 스토리나 극의 장치뿐 아니라 각 인물들의 내면은 진전하거나 발전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살짝 아쉽기도 하다. 오로지 답답했던 당시의 현실을 재연하고 끝인 것 같아서.



2. 국극 극들의 여성관


시련, 겨울이야기, 날보러와요까지 본 국극 극은 고전 재연에는 충실하지만 당시의 올드한 여성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성 관객으로서 매번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심지어는 뒷맛이 찝찝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도 있었으나 곱씹기 전까지는 글쎄, 싶은 부분들이 많다. 박기자와 미쓰김은 형사들의 주의를 분산시켜 수사에 방해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남씨부인은 전형적인 (안좋은 의미의) 전통 여성. 살인 용의자로 잡힌 남편을 변호하는 장면은 비록 이봉련 배우가 숨막힐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줬지만 그 대사는... 이 극의 소재가 연쇄 강간살인사건임을 기억한다면 극중 여성 캐릭터 및 여성을 대하는 방법에 있어서 좀더 고민했어야 한다. 1번 보고 끝내려고 했으나 YB팀의 연출이 궁금해져 버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큰 기대 했다 큰 실망 할거 같아서 망설여진다만)



3. 배우 


와중에 OB팀 배우들의 연기는 최고다. 형사들이 용의자를 심문하는 상황에서 김형사(권해효)와 용의자(류대호)의 치고받는 듯한 연기, 세 명의 용의자를 연기하는 배우의 능숙함, 그리고 남씨부인 역의 이봉련 배우의 한탄 장면이 특히. (남씨부인은 캐슷보드에 있길래 큰 역할인줄 알았는데 씬스틸러 수준이었다. 그래도 인상깊은 연기를 하는 데는 충분) 눈에 띄는 조명실수와 소품실수가 있었는데 이것들까지 자연스럽게 넘기고, 역시 연륜이 있는 배우들은 다르다 싶었다. 

   


4. 무대미술


한편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갈대밭으로 둘러싸인 수사반 세트에 감탄했다. 범행 현장을 연상시키는 갈대숲 한가운데 있는 경찰들은 범인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결국 사건을 미제로 남겨버린 사실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섬처럼 동떨어진 경찰들의 위치는 그걸 들여다보는 나도 역시 갈대밭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가 서 있는 이 갈대밭 어딘가에 범인도 같이 있겠지. 형사들의 부질없는 움직임을 관망하면서.   




이렇게 극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국극의 무대디자인을 정말 좋아함. 일단 규모가 있는 극장이라 아무래도 더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일것 같긴 하다.

세트가 아기자기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쓴 게 보이면 보는 즐거움이 몇 배로 뛴다. 형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라디오나 서류, 전화들 말고도 문서함, 캐비닛, 캐비닛과 책상의 녹슨 느낌과 그 위의 자잘한 물건들까지 멀리서 봐도 다양하게 준비해 놓은 티가 났다.









디카로 찍어본 수사반 세트.








 미쓰김 역 배우님 잘렸어....;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