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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연극

[연극] 프라이드_ 배우님 나좀 데려가요




자둘까지 마친 프라이드하고 정이 안 붙고 있어서

(실제 블로그에 글 올라오는 것만 봐도, 모범 끝나고 나니 나 열정 확 죽었음.)

대체 왜 그런지 요새 고민 중인데 어렴풋이 알 것도 같고....


일단 관극 후기.





150813

CAST 배박이양

150819

CAST 배박임이



1.


그니까 자첫에서 최애의 올리버한테 감흥이 없었던 것도 좀 문제다



딱히 첫공막공을 챙겨본다는 생각을 가져본적이 없는데

막공은 계속 안가다가 그놈의 무대인사 마케팅에 낚여서 

유도소년 때부터 사람들한테 부대끼며 피켓팅을 하고 어쩔 수 없이 가지만

첫공은 아직까지 별로 갈 이유를 못 느끼겠다.

어쩐지...... 로딩중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론 그들은 첫공이라고 해서 공연이 별로여서는 안되는 프로들이지만.



아니 근데 왜 예상대로 로딩중이었던 거지....개막도 아니었는데?;

58년도 15년도 그렇고 대사가 중간중간 먹히는 느낌이 들었고

이건 비단 올리버만 그랬던 게 아니라 필립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날이 인생자첫이라 배우가 대사 실수를 해도 뭘 틀렸는지 몰라야 하는데

대사 내용이 틀린 게 아니라 버벅거리니까.......




2.


그리고 이건 나의 문제가 더 커보이는데

난 아직까지 58년 대사를 못 따라가고 있다.

자첫때 거의 멘붕이었음.

듣고 있는데 이게 분명 한국어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거야.


물론 항상 퇴근하고 곧바로 저녁도 안 먹고 가니까 굉장히 피곤한 상태고

그 상황에서 어려운 대사를 들으니까 몰입이 안되는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이거 보기 전에 스포당하는 게 싫어서 시놉시스도 안 읽었고

연극열전하고 팬카페 트위터에서 기사 겁나 뿌려서 타임라인에 넘쳐났는데도 일부러 안 눌러봤다.


(하나 눌러봐서 올리버가 섹스중독자인거 스포당했음.... 근데 그 스포는 좋았어(헤벌쭉))




한마디로 그 어떤 배경지식도 없이 

아 이 배우가 이번엔 무슨 연기로 해서 나한테 신선한 충격을 줄것인가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다른 쪽에서 충격을 받아버렸음. 


아. 영어뉴스 리스닝하는 거 같아서 1막 끝나고 무지 피곤했다.

최애가 앞에서 연기를 하는데 외국인같이 느껴지고.....





그냥 개인적인 바람인데

58년 필립하고 올리버는 대사 텀 좀 뒀으면 좋겠음

퇴근직후 내 인지능력은 노약자석에 앉아가는 호호할매라서....

천천히 말해줬으면;ㅁ;.... 명준이처럼요.....



뭐 이건 익숙해지면 프라이드는 대사가 어려운 게 맛이라며

대사를 외우고 있다는 거에 또 무슨 프라이드를 느낀다고 하고 다니겠지

나는 나를 잘 알아. 그러니까 불평을 길게 하면 안돼 그냥 내가 난독증 온 호호할매인 게 잘못이야.





3.


그러다 보니 어쩐지, 

현재까지 이 극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 하면 실비아.

너무 엄마캐릭터인 거 같긴 하지만

본인의 행복을 자신있게 찾아서 거침없이 손에 넣는 사람이란 게 좋았다.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건 굉장히 멋진 일이다.

차분하고 여린 거 같지만 극중 가장 행동력 있는 사람이다.

반대로 가장 남자다워 보이지만 가장 소심한 사람은 필립이고.


내가 아이를 원하는 이유는 침묵 속에 오로지 우리 둘만 남겨질까봐서야,

그 말을 할 때 실비아가 본인의 속을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

    

*여담인데 부인이 남편한테 반말하는 거 좋음.

예전이나 요새나 외국 작품 번역하면 부인이 남편한테 존대하는 게 디폴트던데 안 그래서.


그리고 임실비아나 이실비아 연기에서 가장 놀란 부분은

공원에서 올리버를 보내고 혼자 울다가

거울 앞에서 머리 풀고 15년 실비아 되는 장면ㄷㄷㄷㄷㄷ


특히 19일의 임배우는 그 장면에서 정말 대단했다.




4.


그래서 다시 올리버 얘긴데

올리버가 계속 별로였냐 하면 그건 아니다.



19일에 꽤 오래 기억에 남겠다 싶을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15년 올리버가 퍼레이드에서 옆자리에 앉은 필립을 보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거임.


난 이날 오블 앞줄에 앉았는데

이 좌석에 앉으면 58년 올리버는 거의 등짝만 보임-_-

그래서 좀 짜증이 나다가 공원 신에서 올리버가 눈앞에서 연기하고 있어서 1차 진정했고

퍼레이드에서 필립 보는 눈에 눈물 찬 올리버 보고 

이제까지의 등짝성훈이고 뭐고 진짜 이날 오기 잘했다 싶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픈 대사를 읊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연인을 보고 있을 뿐인데

아. 으아ㅏ.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 잊어질거 같다 그 간절하고 애닳는 표정.



58년 올리버는 진짜 고전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상적 인물 그런 거 같음.

의상도 눈이 즐겁긴 하다.

난 한국이고 아시아고 서양이고 간에 상관없이 시대극 겁나 좋아한다.

1958년 런던 

곱슬머리 넘기고 빨간 서스펜더하고 체크 헤링본 코트 입은 깡마른 남자가 읊는 고전적 대사

크흡 여기까지 썼는데 숨질 거 같아


그래서 첫 등장할때 롱코트를 떨쳐입으셨어ㅠㅠㅠㅠㅠㅠㅠㅠ라며 감동에 사무쳐 내적 부르짖음 쩔었음

아. 정말 키 큰 남자와 긴 아우터의 조합은 최고다.......벗지마.....입고있어....


하지만 배우가 더 잘 살리는 건 흰티에 청바지 입은 현대의 올리버인것 같다.

좀 지나면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58년 올리버의 대사 중에 인상적이었던 거 하나 꼽자면 이거.


내가 당신에게 느낀 감정은 선했다고.

내가 틀린 게 아니었다고.

(아 이 대사 통으로 외우고 싶다.........안외워져........) 


깨달음.

그런 종류의 깨달음은 그에게 구원같은 것이었겠지.

타인이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얻은 것이니 얼마나 귀했겠어.

그건 그대로 올리버의 프라이드(여기선 자부심이라기보단 자존감.)가 되었을 거고

아마 올리버는 필립 없이도 살아갈 수 있었을 거라고 짐작된다.





5.


그래서 왜 프라이드에 덜 치였냐면

최애배우의 고전극 연기에 아직 적응을 못한것도 있지만

(정말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본인도 적응을 못한것이 아닐까......조심스레 짐ㅈ..ㅏ...ㄱ....)

이게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한몫하는 거 같다


인정해야해 내 취향은 배드엔딩이야....


현재까지 가장 좋아하는 극이 모범생들이고 

사실 최근에는 내가 최애의 팬인가 최애극 속의 명준이 팬인가 방황하는 등

아직까지 후유증에서 못 벗어나고 있으며 

최애도 없는데 2학기 티켓팅 해놨는데,


만약에 그 극의 결말이 안종태가 서민영을 줘패고 

명준이 수환이랑 그래 우리가 잘못생각했어 라며 셋이 부둥켜안고 엉엉 울면서 반성하고 

공부 열심히 해서 다같이 연고대 갔다는 권선징악형이었으면 나는 그 극에 이렇게까지 안 치였을 거다.



반대로


프라이드가 15년으로 넘어오지 않고

58년에서 끝나는데

결말도 실비아 집나가고 올리버 집나가고

필립이 정신과 치료 받는 장면이 엔딩이었다면


혹은 15년으로 넘어오는데 배경이 한국임

(헐 미친 상상했는데 소름 돋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나는 수현재 앞에 삽으로 묫자리 파고 누웠을지도 모른다.


실제 필립이 정신과 치료 받는 것으로 58년 장면의 막이 내린다는 거

그리고 조명으로 표현한 그 쓸쓸한 블라인드

솔직히 말하자면

취향입니다.




올리버도 아직까지 15년 올리버!라고 외치는 까닭은

물론 귀여워서도 있지만 

귀엽고, 상처받은 남자고 좀 이상한 남자라서 그런 거 같다.

(벗고 나와서 그런 거 아님)

58년 올리버도 물론 상처가 깊지만 내면이 강하고 희망적이고 내 걱정 따윈 필요없고

그래서 정, 이라고 해야할지 그런 애틋한 감정 같은 게 덜한 게 아닐까?



물론 15년의 그들은 너무 사랑스럽고 다행스럽고, 힐링극이라 좋고

배드엔딩으로 바꾸는게 더 어색할 거란 거 안다.

특히 실비아가 행복해져서 너무 좋으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실비아언니 폰번호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힐링극보다는 음침한 결말에 더 끌리네요.



갠적으론 최애님이 다음에 악역좀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사실 명준이도 악역같았는데 악역이었다가 아니었다가 하는 느낌이었어서.

제대로 악역 좀.... 묫자리 파놓고 기다릴게요....






+사담

고전적 배경, 고전적 의상과 대사, 클래식하고 심플한 배경음악과 파국으로 가는 결말

이걸 전부 만족시키는 극이 요새 불현듯 기억이 났는데


쓰릴미

.................

...........

....


이거 요새 하나?

사실 대극장 뮤지컬은 그런 시대극 많긴할건데 볼거리나 들을거리나 너무 꽉꽉 들어찬 느낌이라 부담스럽다

쓰릴미는 보자마자 나와서 OST사서 들었는데... 요새 자꾸 생각난다.

아 도입부 음악 피아노 선율 미칠 거 같지 않니.




음 프라이드로 시작해서 최애님 까다가 모범생들 찬양하고 최애님 차기작을 지맘대로 악역으로 추천하다가 쓰릴미 보고싶다가 결말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애가 있으면 최애가 가는 데로 쫓아가야 하는데

프라이드 회전문에 잘 안들어가진다.

어쩌면(이 아니라 낮지 않은 확률로) 9월에 모범생들 회전문에 혼자 남을 거 같은데

배우님 나 좀 프라이드에 데려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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