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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연극

[연극] 151214 시련-the Crucible


보통 대학로에서 하는 연극은 2~3개월 정도 텀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던데

국립극단은 공연기간을 짤없이 20일 남짓으로 끊어버린다.


덕분에 후기를 찾아보고 표를 사려고 하면 이미 늦는 것이다...

예상대로 개막부터 매진사례라 발 동동거리다가

이러다가는 도저히 한번도 보지 못하고 보낼 것 같아서

3층 2열 시야방해석 추가오픈한 것 사서 다녀왔다.



CAST

댄포스 판사 이호성

* 스포일러 있음




17세기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세일럼에서 벌어진 마녀재판 실화를 다룬 극.

처음에는 '마녀재판'이라는 키워드만 듣고 오컬트 류의 극인 줄 알고 취향일 거 같다면서 환장하며 표를 찾아 헤맸는데

알고보니 오해였던 걸로.... 시놉을 잘 읽읍시닼ㅋㅋㅋㅋ




세일럼의 소녀 아비게일은 가정부로 일했던 집의 가장이자 유부남인 존 프락터와 불륜관계를 맺었지만

존 프락터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관계를 끝내버린다.

아비게일은 삼촌인 패리스 목사에게 친구들과 귀신 부르는 춤을 춘 것을 들켜버리고

악마 숭배자로 몰릴 위기에 처하자 가정부 티티마(...?맞나)를 마녀로 고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일럼의 대대적인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존 프락터 및 아내 엘리자베스까지 악마 숭배자로 고발당하는데

존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양심을 지키다가 교수형당한다


라는 비극.




아내 엘리자베스와 

'카포네 트릴로지'의 루시를 제치고 2015년 본 연뮤 중 가장 최강의 악역으로 등극한(...) 아비게일

이 둘이 성녀와 창녀의 이분관계에 있는건가 싶기도 했는데




그렇게 해석이 되기보다는...

엘리자베스는 초반에는 존을 의심하고 불안해하지만(여기서 일차적으로 남편의 불륜을 감싸고 용서하는 아내상은 아닌 것 같음) 

존이 고발당했을 때는 일단 그를 위해서 '남편은 불륜을 저지른 적이 없다' 라고 거짓 증언하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더 큰 시련에 빠지게 된다.

이후 남편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기보다는 '누구도 당신을 평가할 수 없다' 라며 철저히 남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오히려 존이 '고백'을 거부하고 죽기로 하는 선택에 대해 '그는 그의 고결함을 되찾았다' 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존이 저지른 부정한 관계에 대한 죄값 그리고 신앙심을 철저히 목숨으로 확인하게 하는 지도자적 역할을 하면 했지(...) 

흔히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성녀의 역할과는 좀 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뭐 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는 죄악에 대해서 

'시련'에서는 대가로 목을 바친다(...). 

그 확실한 단죄, 그리고 그 죄악을 인정하고 신에게 모든 걸 맡긴다는 존의 내면 변화는 충분히 유의미하게 다가왔음.

언뜻 '불륜을 하지말자' 가 주제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섴ㅋㅋㅋㅋㅋ





또한 아비게일을 포함해서 주로 가정부로 일하는 마을의 '약자'인 소녀들이

그게 피바람이건 뭐건 마을의 중심적인 인물로 서게 된다는 극 전개도 마음에 들었음.



다만 존이 개인적 죗값을 치르는 부분을 너무 영웅화시킨 거 아닌지 싶어서 그 부분은 좀 아쉬웠다.

차라리 레베카 할머니를 성자화 시킨다면 모를까



이순재/이호성 더블캐스팅인 댄포스 주지사의 역할은 생각보다 존재감이 크지 못했는데....

일단 2막에만 등장을 하고, 내면 변화가 두드러지는 존 프락터, 헤일 목사 또는 미친 악역(...) 아비게일과 좀 모지리인 악역(...) 패리스 목사 등의 연기가 워낙 튐.

판사의 역할이 중요한 법정 신/감옥 신에서 특별히 총명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데, 소녀들의 증언에 끌려다니는데다

그게 어떤 본인의 철저한 이해타산 아래 행해지는 판단이라는 설명이나 근거도 좀 부족한 상태로 

계속해서 '고백을 해!' '그를 교수형해!' '못 미뤄줘!' 라고만 반복하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좀 고답이로 보였음.



그외 고전적 의상을 너무나 좋아하는 터라서

소녀들이 입고 나오는 에이프런 달린 치마나 댄포스 판사의 제복, 목사들의 사제복 등을 보는 재미가 있었음

소녀들의 광기 어린 춤 장면이나 법정에서의 단체 광기신, 음산한 배경음악도 취향에 맞아서 좋았고.

이게 초반 배경음악이 늑대 울음소리 뭐 이런거에다 조명도 어두침침하게 써서

1~2장까지는 빼박 오컬트물인 줄 알고 있었다(...)



종합하면 스토리상 긴장감과 압도감 있는 극이고 무대장치나 배우들의 연기도 꽤 좋아서 볼만했다.


아서 밀러의 다른 대표작 '세일즈맨의 죽음'이 내년 연극 라인업에 있던데 기대된다.














패티마? 티티마...?

경찰관

마을 사람들






입이 돌아간(...) 연기 넘나 멋짐




마을에서 존경받는 노인 레베카






엘리자베스







패리스 목사

헤일  목사






소녀들













아비게일






존 프락터






댄포스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