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컬쳐리뷰_문화생활/연극

[연극] 160511 Q

160511 연극 Q

CAST

PD_주민진

싱페이_강기둥

교도소장_차용학

검사_고훈정

 

스포 다량

 

 

 

악당 : (명사) 악한 사람의 무리. → 악하다 : (형용사)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 나쁘다.

연극 Q는 '오직 악당들만 등장하는 연극'이라는 카피로 광고하고 있는데, 극을 보다 보면 그 악당의 의미를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Everybody wants him dead,라는 자극적인 부제, 피칠갑을 예고하는 포스터와 출연진, 카메라를 활용한 생중계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연출 등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장치들 중 이 창작 초연 연극의 '스토리'의 예고(또는 한줄요약?)는  '오직 악당들만 등장하는 연극'이란 카피뿐인 걸로 보임.

 

 

적어도 극의 도입부에서는 이 카피가 유효하다. 교도소장은 돈을 받고 죄수를 방송에 이용하기로 하고, 검사는 전국민의 스타가 되고자 하는 명예욕으로 이 방송에 출연을 결심한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 없는 악한인 광기의 살인마 싱페이가 있고, 이들 뒤에는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모두를 끌어들인 PD가 있다. 여기까지 보고 나서 이 넷의 치밀한 머리싸움으로 극이 전개되리라는 기대감이 생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등장인물들이 싱페이에게 너무 쉽게 제압당하면서 한번 김이 빠진다.

 

 

특히 검사는 지나치게 안일한 캐릭터 설정임. 국적조차 알 수 없는 살인마 뒤에 배후세력이 있을 가능성을 가늠하지 않는 게 '베테랑' 검사라는 게 와닿지 않고, 법원에 발도 들여놓지 않은 '피의자'(확정된 피고가 아니라, 아직 조사 단계에 있는 '피의자'다)의 얼굴과 취조과정을 공개하는 데 이렇게 개인 차원에서 섣부르게 동의할 수 있는 검사가 한국에 과연 존재할 것인가... 일단 다들 오늘만 사는 캐릭터라는 데 어렵사리 동의해가며 스토리를 따라가 본다.

 

 

싱페이의 협박에 한번 무너진 등장인물들은 이제 PD 대신 싱페이의 주도 하에, 서로가 싱페이와의 약속을 했다는 걸 모르는 상태로 각자 알아서 이 죄수를 내보내야 한다. 하지만 러닝타임은 이미 절반이 지나버렸고, 극은 급박하게 흘러가면서 인물들은 두뇌회전보다는 몸싸움을 선택한다. 방송이라는 소재를 적절히 살려서, 시청자들은 알 수 없지만 방송 속 인물들은 본인들 사이에서만 유의미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어떤 행동이나 대사를 단서로써 이어가는 방식으로 전쟁을 하길 바랐으나 아쉽게도 취조실에는 정전되는 시간이 너무 길고 PD는 광고를 너무 자주 틀어버린다. 몰입될 만하면 꺼버리고 정전되고 하는 통에 극이 어수선해진다는 인상을 줌.

 

 

극 중후반부 카메라가 꺼진 취조실에서 교도소장과 검사의 비중은 더욱 줄어든다. PD의 '아이를 포기해라'라는 제안을 교도소장이 받아들이는 과정이 너무 빠르고 설명이 빈약해서, 이 인물이 극 도입부에서 긴 시간 아이를 위해 몸부림친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극 뒷부분에서도 갑자기 폭주해버림.) 검사 역시 앞부분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허물어지는 게 너무 손바닥 뒤집듯 하는데 이건 위에 쓴 캐릭터 설정 자체가 안일했기 때문인 것 같다. 각 장면은 배우들의 열연 덕에 선명한 느낌을 주지만 앞뒤가 연결되지 않고, 교도소장과 검사가 과연 악당이었나, 맞다고 하더라도 악당인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냐(...) 하는 의문이 남는 등 전체적으로 정리된 느낌이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이 극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악당 캐릭터를 유지하는 건 PD와 싱페이 둘이다. 싱페이의 협박에도 흔들림 없이 자기 계획(방송)을 실행하려는 PD나 그와 싱페이 간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후반부 반전은 오히려 좋았음. 주민진PD는 극 내내 감정 없는 인간처럼 굴다가 후반부에 비로소 무너지는 모습을 연기로 잘 표현해준 것 같다. 강기둥이야 말할 필요 없이 믿고 보는 배우이고, 올모스트 메인의 랜디에 이어서 싱페이까지 보고 나니까 광기연기를 매우 세분화 시켜서 연기하는 게 가능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즐겁게 미친 사람, 막 미친 사람, 죽기 전에도 미친 사람(...) 이런 반전을 등장인물 넷이 다 갖고 있길 바랐다고.

 

 

음산한 무대 세트와 액션영화마냥 실감나는 몸싸움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해준다. (극장 내부를 춥게 해놓은 이유가 이래서 아닐지) 피가 튀기는 효과도 나쁘지 않다. 기대한 것만큼 잔인하다는 느낌은 없는데 이건 내가 무딘 편이라 그런 것 같다.(누아르, 뱀파이어, 스릴러 등 피튀기는 장르 취향) 퍽퍽 때리고 찌르고 난리 남. 스토리와 인물이 전체적으로 정돈이 덜 돼서 그런지 세련된 두뇌게임보다는 투견판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와~ 싸운다~(구경) 

 

 

사실 주민진 배우한테 치인 거 같은데... 첫공+흥분 때문에 대사 많이 씹었지만... 배니싱 때도 느꼈는데 움직임이 유연하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소위 몸을 잘 쓴다는 게 이런 건가. 그리고 이렇게 마르고 길쭉한 남자가 올블랙 수트 입고 총 꺼내든다는 얘기 없었는데 이런 장면 사전에 공지해줘야 한다고 본다. 갑자기 내 시각적 취향 이렇게 한꺼번에 세트로 나오면 혼미하고 그러네. 이 배우 작품은 이제까지 겨우 세 개 봤는데 예상외로 다양한 역할들이라 즐겁게 보고 있음. 그러니까 차기작 배니싱 본공연이라고요? 하지만 PD역 뿐 아니라 다른 배역의 배우들도 다양하게 섞어서 몇 번 더 볼 계획임. 조금 어수선하긴 하나 흥미로운 극인 건 분명하고, 인물의 설명이 불분명한것 같은데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소화하는지도 궁금함. 각자의 몸싸움 실력도(...)

'컬쳐리뷰_문화생활 > 연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극] 160605 갈매기_photo  (0) 2016.06.06
[연극] 160605 갈매기  (0) 2016.06.06
[연극] 160507 연극 연옥  (0) 2016.05.08
[연극] 160412 히스토리 보이즈  (0) 2016.04.16
[연극] 160327 아마데우스  (0) 201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