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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월간 관극일기

2016년 5월 관람 작품




<<후기 작성 순서>>

No. / 극명 / 개인적 만족도(별점으로 표기, 5개 만점)
장르

연출or배우

짧은 감상

추천한다면 누구에게?

 



1. 킬 미 나우 ★★★★

연극

지이선 각색, 이석준, 오종혁 등 출연

연극열전+지이선 페어가 프라이드에 이어 또 하나의 고퀄 암전통곡극을 만들었다. (암전에서 보통 관객들이 참았다가 목을 가다듬는지라 그 때 하는 기침을 암전기침이라 부르는데 여기서는 암전되면 관객들이 일제히 흐느낌) 안락사, 장애인의 독립, 섹스발런티어의 필요성 등 사회에서 보통 허용되지 않는 제도들을 소재로 끌어와서, 그 제도들의 필요성을 거시적인 시선이 아닌 한 가정의 사적 공간 위에서 외친다. 한 개인들의 주장이 사회 내 다수에게 설득력과 파급력을 얻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타인들(=관객)이 그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이입하게 하기 위한 '눈물을 부르는' 장치들이 필요하게 마련. 그래서인지 원작 대본에 비해 한국 무대 위에서는 추가된 장치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것들이 관객들이 통곡하게끔 유도한다는 의도가 보이긴 하지만 공간과 음향 등 나머지 연출은 건조하고 단순해서 전체적으로 극이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다는 느낌. (요약하면 대본 다 읽고 갔는데도 대성통곡하고 나왔다는 이야기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지이선 작가는 이 극이 '사랑'에 집중한 극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나는 자첫부터 지금까지 이 극이 언젠가 그리고 누군가가 안락사와 섹스발런티어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될 교과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모든 배우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오종혁이 연기하는 조이가 가장 좋았다. 세 번째 관람하러 갔을 때 문득 휠체어를 조작하는 손끝까지 주기적으로 떨고 있는 걸 발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느낌이 감동적이었던.

이 극을 보면 십중팔구의 확률로 화장이 전부 지워지고 눈은 퉁퉁 붓고 충혈되며 손수건을 안 가지고 들어간 사람은 옷도 엉망이 될 수 있는바 데이트와 같은 면대면 교류 코스로 넣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솔플로 보거나 차라리 단체관람을 하자.



2. 마마 돈 크라이 ★★

뮤지컬

박영수, 이충주 출연

뱀파이어 장르는 사실 뱀파이어의 매력적인 외모와 컬트적(?)인 분위기가 다 해먹는지라 탄탄한 스토리를 애초에 많이 기대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너무 단순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돌이켜 다시 곱씹어 보면 이 극은 인물 간의 서사나 갈등을 다루기보다는 프로페서V의 심리에 집중하는 (배우를 갈아서 만든)모노드라마에 가까운 것 같다. 하도 백작 사진이 많이 돌아다녀서(...) 그걸 실컷 보고 갔더니 기대했던 포인트와 극의 내용이 어긋나서 감상이 어려웠던 듯. 스토리가 허술하다는 평이 많았던 배니싱에 대차게 치였었기 때문에 아 나는 뱀프물 취향인갑다 하고 이 극에도 치일 것 같아서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그러진 않았음. 통장 잔고를 지켰으니 다행인 건가.

어쨌든 뱀프물 덕후라면 보십쇼.



3. 연옥 ★★★

연극

손산 등 출연

단순한 서사를 세련되게 풀어낸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너무 좋았던 극.

미솔로지 덕후라면 보십쇼.... 근데 끝났어.



4. Q ★★★

연극

주민진, 강기둥 등 출연

이전에 쓴 후기글에서 너무 까는 내용만 써서 미안한데 사실 자첫 당일뿐 아니라 지금까지 재밌게 자삼까지 찍으며 보고 있습니다. (...) 소위 대학로에서 상업연극으로 불리는 공포연극들을 본 적은 없어서 장르에 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좀 어렵지만 험악한 액션이나 스플래터, 범죄, 호러 장르를 연극으로 잘 옮겼다고 생각함. 사실 장르 정체성이건 스토리건 애매한 부분이 있긴 하나.... 그래도 감히 공포 관련 장르에서 좋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극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심..)

스플래터 매니아... 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사실 내가 그래). 근데 요새 이걸 소소하게 재관람 하는 나의 심리상태는 '스트레스로 누군가를 패고 싶으나 (혹은 패고 싶은 인간이 가끔...아니 자주 생기나) 신체적 법적 금전적 한계로 직접은 못하겠고, 남이 하는 거 보고라도 싶다. 하지만 스너프 필름이나 격투기는 싫고 전문적으로 하는 연기 정도가 괜찮겠군'임. 



5. 두산-넥센 2차전

을 여기다 왜 올려 놨는지 모르겠는데 직관 첫승이라 기념비적인 날인 건 맞다. 이제까지 보는 경기마다 넥센이 10점 이상 득점하며 두산을 개발라버리는 장면만 목격해온지라 돡빠 주제에 넥센의 승리의 여신을 자처하며 살아온 지난날 이날부로 청산이 가능해졌다. 여신의 지위에서 강제 탄핵되었지만 대신 타오르는 덕심을 회복했도다. 외쳐 탑산!!!!



6. 인터뷰 ★★ 

뮤지컬

이선근, 조상웅, 김주연 출연

거의 모든 내용이 스포일러 

강강강이었다는 것 빼고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지만 이건 일단 어지간한 음악은 극장에서 나오면 하루 내에 다 잊어버리는 뮤지컬성 치매를 앓는 내 탓이기도 하고, 이 극이 음악보다는 스토리와 연기라는 연극적 요소가 훨씬 강했기 때문이기도 해서 별로 단점으로 보이진 않았음. 스토리가 조금 허술해도 분위기가 좋아서 앓는 극이 있고 스토리와 이를 지지하는 연출이 치밀해서 좋은 극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인터뷰는 후자로 분류되는 느낌. 초반에 싱클레어가 지어내는 동화의 의미부터 시작해서 중후반까지 계속 뜨는 머릿속 물음표들을 정리하고 스토리에 구멍이 없게끔 하는 노력들이 보였고 분명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이 극을 보면서 금방 다른 작품들이 연상될 만큼 클리셰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일단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는 후반에서 지루했고, 싱클레어의 의상은 엘리펀트송 소품팀에게서 빌려온 것인가 싶을 정도로 마이클의 병원 의상과 똑같았다. (외국의 환자복 다 그렇게 생겼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게다가 싱클레어의 인격들은 너무도, 너무도 분명하게 드라마 '킬미힐미'의 그것이었다. 온화한 평소 인품, 폭력적인 인격, 아이 인격, 성반전 인격, 그리고 이 인격들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는 냉소적인 리더급 인격까지, 클리셰라고 썼지만 사실 클리셰라는 표현이 적절한가 싶다. 최근에 이런 소재를 다룬 극이 없었던 것은 맞지만 연뮤에서 드물다고 해서 관객들이 모르진 않겠죠... (의알못이므로 다중인격성 장애의 증상이 다 이렇다고 하면 역시 할 말 없는 부분이다.)

이 극을 보면서 두 번째로 화가 났던 건 결말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싱클레어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싱클레어의 정신병적 증세는 모친의 학대와 친누나 조안과의 비정상적 애정관계에서 비롯되었는데, 조안이 교사와 눈이 맞아 달아나겠다고 하자 배신감+정신병적 폭력성이 폭발해 조안을 죽이게 됨. 그런데 유진킴을 비롯해 극에서 추측되는 외부 인물들까지 포함한 등장인물들 중 누구도 싱클레어를 처벌하려 하지 않으며, 오로지 극은 걔가 '왜' 그랬나에 맞춰져 있고, 그 원인이 드러나자 유진킴은 침통한 표정으로 제가 얘를 꼭 고쳐보겠습니다, 한다. 여기서 드러난 여성혐오의 모습을 찾아보시오(50점). 

분명한 사실은 싱클레어가 살인을 했다는 것이다. 배신감에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사회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만 범죄의 원인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반면 범죄자의 행동의 결과에 대한 설명을 지워버리니 범죄 발생에 대한 비난가능성(=책임)은 범죄자가 아닌, 범죄를 저지르게 된 원인에게 돌아간다. 즉 엄마와 조안이 잘못했다는 결론이 되어버린다는 것. 조안은 자기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렀을 뿐이며, 싱클레어가 그 이후에 저지른 오필리아 연쇄살인사건도 조안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 나는 강남역에 수천개의 포스트잇이 붙는데 혐오가 아닌 정신병이 원인이라 일축시켜 버리는 시국을 연상시키는 이 극의 결말이 너무 견딜 수 없었다. 여성혐오 발언에 대해 변명한답시고 누군가 이야기한 '저는 편모가정에서 자라서 모성에 대한 공포가 생겼고' 어쩌고 하는 표현이 연상되어버리는 건 내 탓이냐. 조안은 살해당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스무살에 가까운 성인 여자라기보다는 인형을 끼고 다니며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혐오범죄의 전형적 모습이 연상되어서 반감은 더 커졌다.

이렇게 또 긴 글을 써가면서 깠는데 왜 막공 후에야 쓰냐면, 이런 글을 쓰기가 미안할 정도로 배우들이 잘했기 때문이었다... 일부러 전부 처음 보는 배우를 맞춰서 갔는데 다들 노래도 연기도 너무 좋았음. 특히 피아노는 음알못이 들어도 존잘러였다. 배니싱 본공에 와주십쇼. 아니면 내년 쓰릴미라든가.

극장에서 나오자마자 작가가 누군지 찾아본 건 이래서였다. 창작이구나, 다음에 역시,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전체적으로 퀄리티 좋은 제품이지만 뜯어보니 누군가를 따라한 느낌이 든다든가,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깔려 있는 여성혐오 정서, 그리고 이걸 커버하는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노동력(...) 너무 한국적이어서 씁쓸했다. 



7. 트루맨쇼 휘콘 ★★★

토크쇼

김지휘 박성훈 이지숙 양승리 오인하

최애님 등판하신다고 해서 오랜만에 용안 뵙자오려 홍대까지 날아갔는데, 감사히도 엠씨씩이나 해주셔서 두시간 동안 원없이 쳐다보고 왔네. 올메 한번 보러 갈 때 무대 위에서 본 시간 한 세 배는 봤나 보넼ㅋㅋㅋㅋㅋㅋ이걸 지휘하신 휘님, 그 무모함 제가 사랑해요.

노래는 물론 다 좋았음. 웬만큼 잘하는 사람들 오셨으니 뭐. 휘배우는 역시 관련분야 경력직이라 그런가 가요 소화력이 좋은듯. 

한편 박성훈씨는 제가 웬만하면 훈장질 안하고 싶었는데 입담욕심과 깐머리 이제 접자.... 일단 당신은 재미가 없어요 제발 인정해 그리고 입덕기에서 머리 내린 스타일링 흔한 연예인이라고 한 거 잘못했으니까 덮성훈 나의 덮성훈 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 



8. 헤드윅 ★★★

뮤지컬

정문성, 서문탁

오래 전에 봤던 헤드윅 2년 만에 자둘. 자첫때 하도 뒤에서 봐서 그랬나 극의 의미가 제대로 잘 와닿지 않았는데 다시 본 헤드윅은 너무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문탁 노래실력도 정말 장난아니었고. 이걸 이제 깨달았는데 막공이 코앞이네. 내 팔자야. 내가 그렇지 뭐.

아무나 빨리 보십쇼. 문탁 안 본 사람 없게 하소서. 







신규 관람작품 7개, 총 16회 관람.


다음달에 제발 좀 줄어들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