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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월간 관극일기

2016년 6월 관람 작품 후기



<<후기 작성 순서>>

No. / 극명 / 개인적 만족도(별점으로 표기, 5개 만점)
장르

연출or배우

짧은 감상

추천한다면 누구에게?

 



1.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

연극

서현철, 이시훈, 신의정, 조정한 출연

짧고, 굵게 웃긴 미타니 코키의 코미디. 캐스팅과 작가가 같아서 웃대와 비슷한 분위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좀더 직설적이고 격했음. 프로그램북에 쓰여 있던 미타니 코키의 작품관이 굉장히 충격(?)이었는데, "보는 동안 엄청 웃고, 전혀 감동받지 않고, 나갈 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술눈지는 과연 그런 작품이었다.

여성 캐릭터 활용에 있어서는 좀 시혜적 시선인 거 같아서 결말이 어떨지 긴장했는데,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됨.

누구나와 함께 가볍게 보기 좋을 듯.




2. 갈매기 ★★★

연극

이혜영 등 출연

역시 시각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전개는 늘어진다는 느낌. 국립극단 극에서 '시련'때와 같은 쫀쫀함을 언제 다시 찾아볼 수 있을까 싶다....

고전 매니아




3. 모차르트! ★★

뮤지컬

규현, 민영기, 신영숙, 이정열 등 출연

모차르트 생애를 다룬 작품은 피터쉐퍼 작만 봤던 터라 모차르트 자신의 시선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을 보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 강박을 아역 배우로 눈에 보이게끔 연출한 것도 너무 좋았는데, 어쩐지 등장인물 중에 모차르트의 존재감이 제일 약했던 것 같은 점이나 위인전을 읽는 듯이 평이한 전개는 아쉬웠다. 특히 1막은 모차르트 아빠(이정열 분)가 주인공인 것처럼 느껴지네. 사실 규현보다는 민영기나 신영숙, 이정열, 정영주 배우들을 보러 간 거였고 기대대로 너무 잘한지라 만족스럽지만 이 극의 주인공은 모차르트가 되어야지 않을까. 그리고 도대체 모차르트 의상에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다같이 고전인데 모차르트만 찢청 청청패션에 레게머리네. 시간을 달리는 작곡가냐.

하지만 그렇다고 규현이 완전 문제다 정도는 아니고, 정작 다 된 드림캐슷을 와장창 무너뜨린 건 홍록기였다. 모차르트는 니 운명 말고 홍록기를 피해야 한다. 지금 운명 운운할 때가 아님. 감히 말하건대 홍록기보다 내가 잘한다. 원래 '저정도는 나도 한다'라는 건 창작자나 연기자한테 엄청 실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하지 않는 말인데, 저 상태로 출연을 하는거나 출연을 시키는 게 더 실례네. 적어도 나는 목소리는 나와.

추천은 안 합니다.




4. 까사 발렌티나 ★★★☆

연극

최대훈, 정연, 박준후, 김대곤 등 출연

대사 실수는 좀 잦았지만, 첫공답지 않게 좋은 연기를 봤다. 일단 최대훈과 정연배우는 믿보배라서 둘을 믿고 갔는데 은위에서 봤던 박준후 배우의 글로리아도 너무 좋아서 연기 잘 하는 분이구나 하고 생각했고, 나머지 배우들도 굉장히 좋았음. 

스포일러

부농부농한 배경에 부농부농 꽃을 든 프로필 사진을 보면 좀 발랄한 극이겠다는 예상을 하게 되는데 내용은 냉소적이고 비판적이고, 결말은 꽤 잔인하기까지 하다.

남편의 정체성을 깨닫는 부인들이 등장하는 연극 프라이드나 영화 대니쉬 걸은 슬프지만 그래도 결국 '사랑' 또는 '그들의 용감한 선택'에 집중한 결말을 보여준다. 소수자의 길을 택하는 남편 혹은 그럴 용기를 내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서 여자들은 용감히 전사와도 같은 희생의 길-실비아는 올리버와 필립의 행복을 빌며 떠나고, 게르다는 릴리를 보살피며 곁에 남음-을 택한다. 까사 발렌티나를 보고 그 극들을 다시 떠올렸을 때, 까사에 비하면 참 온화하고 아름다운 극을 봐왔구나^_ㅠ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의 중반부까지 분위기는 사랑스럽고 개그코드들로 가득한데, '남자가 여장을 함으로써 유발되는 웃음' = '여성성'을 희화화하는 웃음 같아서 살짝 불편한 느낌이 들고, 발렌티나가 동성애자들을 차별하자는 주장을 하면서 불편함이 정점에 달한다.

글로리아는 1막 끝에서 '여성스러운' 행동을 강요하는 발렌티나를 (맹)비난하면서 이 불편함을 해소시켜 준다. 정말 한치의 틈도 안주고 발렌티나를 비난하며 '흑과 백은 없어!' 라고 하는데 통쾌하긴 한데 앞에서 좋다고 웃게 했던 장치들을 마구 뒤엎는지라, 분위기가 극과 극이라는 인상을 받음.

여기에 판사가 본인의 정체성이 드러났음을 깨닫는 순간에서도 정말 인물이 자비리스하게 와장창 무너짐.

결정적으로 리타가 정체성에 대해 묻자 조지가 내뱉듯이 "발렌티나" 라고 이야기해 버리는 장면, 그리고 그 후에 리타가 집안일을 계속하고(?!) 조지가 방으로 들어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극이 끝나는 것도 관객 입장에선 "그래서 어쩌라고?!! 저대로 사는거야??"라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론 리타에게 너무 가혹한거 아니냐... 싶었다. 

하지만 내가 혹은 내 남편이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깨닫는 과정이 어떻게 늘 아름답고 순순하고 차분하기만 할까. 

아내 손을 꼭 붙잡고 앉아서 "어렸을 때부터 내가 그랬던거 같은데..."라고 구구절절 설명해주거나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걸 찾길 바라요"라고 남편의 내연남(!!)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사람이...있긴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극 이후에 그 부부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결말에서의 두 사람은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 척한' 진실에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 발렌티나는 동성애자일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평소에 두 부부가 그런 척해온 것처럼 '완벽한 이성애자'이면서도 '단순히 여자 옷 입는 취미'만 있는 사람은 아닐 것임. 집안일을 계속하는 리타나,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조지나 혼란과 (어쩌면) 슬픔, 절망 속에 남은 상황을 보여주는 채로 극은 막을 내리고 관객은 그 순간의 인물들의 심경만을 본 채로 나오게 되는데, 깨달음이란 원래 고통스러운 것이었지 하는 생각이 든다.




5. 뉴시즈 ★★★★

뮤지컬

온주완, 린아 등 출연

동화계의 거물 디즈니가 파업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결국 동화 한편을 또 만들고야 말았다. 디즈니사가 그간 여성관이나 백인 이성애자 남녀만을 내세우는 구닥다리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비난을 꾸준히 받아온 터라 그런지 최근 작품들에서는 "이거 보세요 우리 이제 안 그런다니까?^_ㅜ" 라는 외침이 들릴 지경이라 좀 웃긴데, 뮤지컬 뉴시즈에서도 바뀐 사내지침을 반영해서인지, 뉴스보이라는 어리고 가난한 인물들을 화자로 내세워 강자인 자본가들을 무찌른다(...)는 스토리를 만들어냄. 

노동운동의 실상에 비해 좀 너무 아름다운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노조 설립부터 노동운동에 이르기까지 실제 일어나는 고민과 갈등을 잘 담은 것 같고, 무엇보다 파업이고 정치고 간에 좀 즐겁고 재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꽤 만족하면서 봤다. 아 구라파 선진국들에서는 선거도 축제람서요. 

아크로바틱과 파워풀한 군무로 뉴스보이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도 좋았음. 신문팔이, 젊음, 파업 전부 격한 움직임으로 표현하기 적합한 것 같았다. 모여서 고음대결이나 아카펠라 중창 같은 거 했으면 깼을 듯. 주연 원톱만 내세우는 연출이 아니라 앙상블들이 비교적 대사도 많고, 댄스의 주축이 되는 것도 좋았다. 실력이 좋은 신인들에게 너무 좋은 무대가 될 것 같음. 신인은 매년 나오니 뉴시즈도 천년만년 하자. 

그런데 아무래도 왕년에 동화 각색하던 버릇이 남아가지고 왕자님 공주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는지 자본가의 딸의 도움으로 결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건 좀 아쉽긴 하다. 유일한 여성 캐릭터가 조력자이자 잭의 연인이라는 인상만 강하게 남는 것도 좀 아쉽고. 그들이 직접 피를 짜서 기사를 쓰든 잭을 국회로!!! 해서 정책을 직접 만들든 뭐 무튼 보다 그들이 '직접' 해결했으면 더 좋았을 걸 싶다.

그리고 온주완한테 너무 꽝하고 치였네..... 사실 캐슷보다도 시간 되는 날 잡아서 간건지라 별 기대 안했는데, 관극하면서는 생각외로 괜찮다~ 하다가 산타페랑 마지막 신에서 덕통사고... 딕션하고 노래가 의외로 나쁘지 않았고, 뭣보다 몸을 유연하게 잘 쓰고 끼가 있어 뵈는 게... 결론적으로는 그냥 온잭이 날 쳤다. 데뷔라면서요. 데뷔작에 왜 잘하지? 고맙네. 각종 연뮤 제작사 기획사 연출 작가 여러분님들 온주완을 써주세요. 그는 잘하고 저는 급합니다.  

온가족 온우주 권장 관람 뮤지컬이고, 다시 오면 제가 영업 알아서 할테니 일단 다시 와. 그럴 거라고 말해 빨리.



신규 관람 작품 5개, 총 관람횟수 16회.

6월에는 엘리펀트송 막공이라... 이제 가면 정말 연단위로 기다려야 할거 같아서 열심히 봤다. 미련은 없네.


몰랐는데 2016년에만 6월까지 연뮤 99회 봤다. 180일 중에 99회 ..... 현타 개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