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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월간 관극일기

2016년 7월 관람 작품 후기

 

 

 

<<후기 작성 순서>>

No. / 극명 / 개인적 만족도(별점으로 표기, 5개 만점)
장르

연출or배우

짧은 감상

추천한다면 누구에게?

 



1. 레드★★★

연극

강신일, 박정복 출연

스포일러

예술가의 가치관을 그린 작품이라니 어딘가 지루할 거 같다 싶었지만, 로스코 역의 강신일 배우는 대사와 감정선에 적절한 강약을 주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탁월하게 잘 끌어간다. 구시대적 인물이 본인의 꼰대성(...)과 시대의 변화를 깨닫고 본인 또한 변화를 겪는다는 스토리는 사실 참신한 소재는 아니지만, 로스코는 맥락없이 본인의 가치관을 뒤엎고 급작스레 변화하지 않는다. 다만 으레 많은 꼰대들이 그렇듯이 무뚝뚝하게 켄을 보내주는 것으로 그를 인정한다.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풍경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극. 변색된 레코드 커버, 얼룩이 묻은 작업대와 푸석한 붓 등등 오래되고 낡은 작업실을 세심하게 표현한 무대와 소품 사랑하고.  

누구나와 함께

 

 

 

 

2. 스위니토드 ★★★

뮤지컬

양준모, 전미도 출연

넘버가 굉장히 난해하다고 생각했는데 손드하임 곡을 그대로 썼다는 영화를 보면 곡이 또 되게 좋다(...) 이 곡 썼음 좋았을걸~ 하고 찾아보니 같은 곡이래서 난감(...)

대극장 뮤지컬이라 해서 반드시 휘황찬란한 무대세트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뮤지컬은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돈을 아꼈거나, 무대세트를 축소한 연출 의도가 실패했거나였다. 무대와 조명(솔직히 조명도 성의없어 보였음.)의 비중을 줄인 건 소품과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자 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스위니토드를 비롯한 각 캐릭터들의 심리와 행동을 충실히 보여줘야 했던 거 아닐까. 전체적으로 캐릭터 설명과 개연성이 부족하단 느낌. 토드가 광기를 보이는 동기가 가장 중요한데 여기서부터 극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 어딘가 놓친건가 하는 찝찝한 마음에 영화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소품으로는 역시 피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게 돋보이게 하려면 의상을 단순화하고 영상은 좀 신경써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 장면에 빨간 조명만이 기억에 남네. 의상과 분장은 훌륭했지만 아 무대.... 영원히 화해할 수 없겠지..

극의 중심에 서 있었던 건 러빗부인 전미도 배우였음. 사랑스럽고 미쳤고 와중에 따뜻한(...) 인물을 잘 표현한것 같다.

전체적으로 많이 아쉽긴 하지만 또 궁금증도 많이 남기는 극이라 어쩐지 조토드로 자둘하고 싶은데 했다가 치일 거 같은 예감이 들어서 무서움.

스릴러 피칠갑 매니아들 보세요

 

 

 

 

3. 카포네 트릴로지 재연 ★★★★★... 사실 최애극중 하나이므로 별점 따위 의미 없어...

연극

이석준윤나무김지현/배수빈신성민임강희 출연

카포네 트릴로지가 같은 극장 같은 세트 같은 배우(일부지만)를 데리고 돌아왔다.

으와와와아아아아앙!!!! 초고속 야광봉 돌리기ㅣㅣㅣㅣ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자극의 끝을 달리는 복수극 빈디치. 이 극은 사실 빈디치보다 루시가 좋아서 본다. 김지현배우는 원래 좋았지만, 임강희배우도 독한 역할 잘 소화해냄.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들 다 한번씩 돌아가면서 루시 했으면 ㅠㅠ.

 

근데 의외로 주변에 빈디치 잔인해서 못보는 사람들 있더라. 박찬욱 감독 복수극 보고 괜찮았으면 볼만함.

 

사실 이윤지페어를 너무 좋아해서 배민희페어 봤다가 실망하면 어쩌지 했었는데 루시퍼 보고 걱정 와장창 깨짐ㅋㅋ. 배수빈과 임강희배우는 역시 전생이라도 부부는 부부였던지라 프라이드에서 보여줬던 부부케미에서 더 발전되어 왔다. 이번엔 심지어 서로 막 진심으로 사랑함. 이 바퀴벌레들...^^... 외롭다 진짜...ㅋㅋㅋㅋㅋㅋ 임강희배우는 루시도 좋지만 말린이 정말 최고임.

이랬는데 로키 보고 또 롤라가 최고라고 떠들고 다니면 어떡하지(...) 

 

아. 배민희페어는 빈디치 엔딩이 정말 끝내준다. 열아홉 이상 먹은 세상 사람들 이거 다 봐야 됨. 

 

여기까지 쓰고 보니 사실상 전에피 좋다고 찬양글 질러 놨으니 그냥 검색 걸려 들어오는 사람들 대상으로 영업하겠다. 열아홉 이상 먹은 대한민국 성인이면 카포네 트릴로지 보세요.

 

 

 

영업했으니 OST 내주세요. 낼 계획 있다고 했잖아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새나라의 어른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4. 사이레니아 ★★★☆

연극

홍우진, 전경수 출연  

카포네 트릴로지의 원작자가 쓴 또다른 폐쇄공포증 유발 연극. 카포네가 100개 객석인데 사이레니아는 30개다. 작년에 카포네가 워낙 흥행이었던지라, 사이레니아는 카포네와 원작가가 같다는 점에 덕후들 기대치 대폭발해서 초반 티켓팅에 그야말로 피를 튀겼었다. 표를 구할 수가 없었음. 그런데 이젠 언제 들어가도 자리가 남아 있다... 나 눈물 좀 닦고.

눈에 띄는 사건이 없고 아이작의 내면심리의 변화 과정을 그리는 극이다. 잔잔하고 어두움. 관객들은 '등대'라는 아이작의 폐쇄된 내면세계에 들어가고 진실을 목격한다. 객석에서 무대를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무대 위, 아이작의 바로 옆에서 그를 바라볼수 있도록 된 무대가 주는 현장감이 꽤 좋았음. 카포네 트릴로지에서는 사건이 중심이라 확실히 '개인'을 그리는 사이레니아와는 느낌이 다르다.

초반 프리뷰 때는 조명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보였다고(...) 하는데 후반에 가서인지 조명도 적절했고 배우들 연기도 굉장히 좋았음. 멜로드라마, 한국인의 초상 이후로 띄엄띄엄 작품해서 보기 힘든 전경수배우 요정력 대만렙이다. 사랑해요 일 많이해요.

근데 여기 박성훈씨가 목소리 찬조출연했더라??????? 하핫... 오빠는... 전혀몰랐네...?(feat.민욱) 오늘도 이렇게 맹물같은 덕심으로 살아간다.

사실 바이럴 마케팅을 해야 하는 건 카포네보다 이거지. 워낙 한번에 볼 수 있는 관객이 적은데 초반에 호평을 못 얻다 보니 보고 나온 사람 수 자체가 점점 적어지는ㅋㅋㅋㅋㅋ 사실 나는 보고 나와서 꽤 괜찮은데?? 했다. 두 번 볼 것임.

어두침침한 심리극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것

 

 

 

 

5. 데블인사이드 ★★★

연극

김광보 연출, 김태훈 등 출연

사실 김광보 연출 극하고 코드가 잘 안 맞는다. 매번 쏘쏘 아니면 불호후기를 남김ㅋㅋㅋㅋ

기괴한 분장을 한 악마와도 같은 등장인물들은 제각기 원하는 바가 있고 그를 쫓아 움직이다가 결국 모두 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카피는 누구나 마음 속의 악마 하나는 가지고 있다-이지만 릴리와 브래드는 악마라기보다는 다른 악마들에게 희생당하는 제단 위의 양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전하려는 메시지도 분명하며 유머러스하고 그 와중에 여캐 활용도 괜찮은 편이고, 분장과 무대세트, 캐릭터 설정, 대사 하나하나 전부 한군데도 소홀히 한 구석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모든 연극이 그렇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설명이 많다는 느낌이 들어서 보면서는 약간 피곤했다.

누구나랑 봐도 좋을 극.

 

 

 

6. 위키드 ★★★★☆

뮤지컬

차지연, 정선아 출연

기존 동화의 스토리와 젠더역할 고정관념 대박살내는 시대의 걸작.

온 세상 사람들 다 봐야 된다. 어린애들아 지금 어릴때 위키드 보고 열아홉 넘으면 카포네 봐라

 

 

7.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

연극

한송희 등 출연

19금 언어유희로 각자의 연애사 고백하는 정도의 패러디극이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걸 넘어서서 사회문제 비판으로 이어지는 내용. 고전소설 좋아하지만 너무 남자들 위주의 역사라 무대 위에 올라와도 좀 불편했는데 헤아아는 아주 직접적으로 고전신화를 (현대)여성들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등장인물들이 현대적 옷을 입고 올라와 고전 신화를 현대의 언어로 재현할 때, 관객은 신들의 무용담이 실은 여성들이 피해보고 상처입은 역사였다는 사실, 예컨대 최고신으로 추앙받는 제우스의 빻은 여성편력과 결혼제도에 대한 상습적 배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신들은 여성들을 위해 이제 과연 뭘 해야 할 때인가, 라는 질문을 숙제처럼 두고 사라진다. 위키드와 헤아아를 연달아 보고 나면 내가 대체 왜 수동적 여캐를 올리는 공연 따위에 돈을 써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

다행히 연장공연하니 모두모두 헤아아를 보자. 어린애들아 지금 어릴때 위키드 보고 열아홉 넘으면 카포네 보고 애인생기면 같이 헤아아 봐라.

 

 

8. 베어 더 뮤지컬 ★

뮤지컬

서경수, 정원영 등 출연

스포일러

덕후가 많은 극은 봐야 할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사실 이 극은 최근 덕들 사이의 메이저라 봤음. 그리고 환장했다. 

자기정체성에 대해 누구나 고민을 하지만 결국 답을 찾는 데 실패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자신에 대해 자신도 잘 모를 청소년기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실패담을 그려서 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만약 자신의 정체성과 책임감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모든걸 끝낸다는 비극을 만들고자 했다면 피터를 통해 표현했어야 했다. 1막에 자신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애인에게 그걸 어필하고, 그러기까지의 과정, 심리, 엄마라는 외부인력의 압박까지가 충실히 설명되는 사람은 피터뿐이기 때문이다. 1막은 거의 이걸 설명하는 피터 시점의 극이고 제이슨은 피터의 외부에 존재하는 인물인데, 2막에서 이 시점 자체가 흔들리고 결국 피터와 제이슨의 화해, 제이슨의 죽음까지 급작스럽게 전개되면서 극단적으로 결말을 지었다는 인상을 준다. 여캐 구린 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임. 아니, 사실 피터 외의 모든 캐릭터가 설명이 없고 텅 비어있다. 이 극은 심지어 진부하다. 가십걸이나 스킨스 에피소드 하나 따온 것 같은 스토리에 동성애 소재를 끼얹고, 극의 전개를 무시하고 인물의 성격 설명 하나 없이 급작스런 죽음으로 이끈다. 결국 제이슨의 죽음은 얄팍하게 소비되기 좋은 슬픔이 되어 버렸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방황과 고민을 이런 식으로 그리다니....   

 

 

9. 내 인생의 다이어리 ★★★

뮤지컬 토크쇼. 임철수 신의정 강기둥 등 출연

넘버 많이 들어서 좋긴 했음. 생방송 인기넘버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한 곡 부르고 근황 말하고 끝- 이게 계속 이어질뿐 깊이가 없어서 좀 허무... 그리고 랩은 모 야메룽다....

 

 

10. 글로리아 ★★★★☆

연극

오정택, 문정희, 이승주 등 출연

영리하고 과하지 않게 말을 잘하는 토론 프로 패널을 본 느낌. 사내정치, 노동의 의미, 인종차별, 테러, 성차별까지 많은 이슈를 담고 있는데 설명이 과하지도 않고 유머러스함. 대신 대사는 독하고 자비란 없음.

연출이 '여캐가 잘 활용되는 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여캐도 괜찮지만 오히려 인종에 대한 표현이 돋보였다. 넘 당연한 듯이 관심없던 부분이라 놀람. 

작품 전반에서 인간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직접적이고 적나라한 주제는 2막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글로리아를 놓고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욕심에 찬 인간들. 정작 그녀가 회사에서 모두와 함께 있을 때, 그리고 충격적인 사건이 있은 이후에도 진짜 그녀를 알려는 사람은 없지만 모두가 '그녀'를 원한다. 글로리아... 영광이라는 이름이네.

직장인들 다같이 보고 우울증 걸리자 

 

 

 

 

 

신규 관람 작품 9개, 19회 관람

카포네에 텅장 젖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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