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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책과 영화 그리고

[책] 나쁜 짓들의 역사



꽤 재밌게 읽은 역사서다. 최근에 생활사 책을 좀 읽었는데 다 재미있었음.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라는 먹거리 생활사도 괜찮았다.


내용은 가볍고 재미있으나 약간 고증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 그냥 '고대인'으로 옛날사람 전체를 퉁치는 경향도 종종 보임. 

그냥 그랬다더라~ 정도로 읽고 넘어가야 한다. 





알코올


최초의 술은 익은 과일이 익다 못해 썩어 발효된 것이었는데, 이 상태의 익어 터진 과일은 당분 포화 즉 칼로리가 가장 높은 상태다. 인류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높은 칼로리를 섭취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술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맑은 물이 흔하지 않았던 시대에, 소독제 역할을 하는 알코올이 미량 함유된 음료는 질병 예방 효과가 있었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에서 흥청망청 술을 마셔서 취하는 것은 소중한 식량이자 약재를 남용하는 것이라 비난받았다.


양조 역사에서 약간 토나오는 것은, 고대 안데스 사회(중앙아메리카)에서 맥주를 만드는 것은 양조 수녀들이라는 높은 계급의 여성들로, 그들이 재료를 씹어 뱉어서 침 속의 아밀라아제가 재료를 발효시키도록 만들었다는 것인데 침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순결의 맹세를 했다고 한다.




음악


좋은 음악은 뇌에서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평소보다 6~9% 많이 방출되도록 한다. 고대 인류가 음악을 즐겼다는 증거를 스톤헨지에서 찾는 인상적인 실험이 등장한다. 스톤헨지가 앰프 역할을 하도록 건설되었다는 것인데, 이 책의 많은 다른 실험들이 그러하듯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종교/유명인 숭배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원숭이들은 사진을 보지 않을 때보다 더 적은 먹이를 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특정 원숭이(지배계급과 암컷 원숭이)의 사진을 보려고 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자신의 욕구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먹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옛 인류가 현생과 사후 생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종교를 믿었다면, 종교의 힘이 약해진 현대에서는 현생에서 영원하다고 생각되는 것, 즉 명성(유명인)이 종교의 자리를 채운다.

 



나르시시즘(허세, 남의 의견에 악플달기)


도파민 방출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변형 DRD4-7R무모함을 만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과신의 감정은, 태곳적 인간이 아무거나 집어들고 자기 것이라 주장해서 좀더 쉽게 자원을 차지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최근의 인간에게도 남아있다는 것인데솔직히 말하면 bullshit같은 소리로 들리고, 차라리 개들의 으르렁거림과 같은 위협(생존을 위한 싸움의 전초전)과 비슷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다음 챕터가 훨씬 더 설득력있었다.

 



매춘


원숭이들에게 화폐의 개념을 가르치면 가장 먼저 파는 것이 성이라는 실험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매춘은 자원이 없는 고대 인류에게 이 원숭이들과 비슷하게, 그러니까 본능처럼 나타난 것 같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장애인들에 대한 성 봉사자까지 논의가 다다르는데, ‘창녀가 남자를 측은히 여겨 돈 안받고 섹스해 줘야 한다(돈을 받으면 방탕해져서 봉사 안 하니 안 됨)’라는 환상은 문명의 탈까지 뒤집어쓰고 징그럽게도 살아남는다.





환각제


고대 힌두교 신들이 선호한 환각제는 붉은광대버섯으로, 힌두교 순자들은 환각 효과를 얻기 위해순록에게 먼저 버섯을 먹인 다음 오줌을 받아 마셨다고 한다.(…) 하지만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친구들이 씹다 뱉은 옥수수를 썩혀서 맥주를 만들어 먹은 저자가 더 더럽게 느껴지니 이 정도 썰은 뭐 괜찮다.




담배


담배는 대략 서기 700년경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담배는 주로 의학적 용법으로 쓰였고 500년 전까지만 해도 연기를 마시는 모습이 종교적으로 불경한 것으로 여겨져 피우는 것은 금지되었다.

여기까진 다 좋다. 저자가 담배의 고대 의학적 용법을 재현한답시고 자기 오줌에 그걸 타 마셔 봤다가 설사와 구토를 반복한 걸 고백하기 전까진 말이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친구에게 말해주다가 나도 토할 뻔 했다.




커피


커피의 기원은 여러 설이 있는데, 서기 1258년경에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에서 추방당한 세이크 오마르 일행이 우연히 발견한 야생 열매가 커피였다는 설, 탁발 수도승들이 발견했다는 설, 이슬람 사원 승려들이 밤샘 기도를 하다가 우연히 졸리지 않게 해주는 열매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커피였다는 설 등등이 있다. 어쨌든 커피는 이 중동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슬람의 박해를 받다가(신성한 밤샘 기도를 나무열매에 의존해?!) 유럽으로 건너가 또 기독교인의 거부와 마주쳤다(이교도인들의 음료임). 다행히 교황 클레멘스 8세가 커피 애호가라 커피에게 세례를 내리기에 이르른다(…).




섹스토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뚱뚱한 몸을 성적 대상으로 여긴 고대(남자)사람들의 취향이 반영된 조각이라는 현재의 정설과 달리 저자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여성들이 만든, 여성의 임신한 몸을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산부인과 교육 목적의 인형이라는 설을 소개한다.




합성 마약


MDA(엑스터시)가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흥미로운 미래를 제시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같은 정신질환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챕터.




살라만더 브랜디(뱀술)


아시아에 뱀술이 있다면 유럽(슬로베니아)에는 살라만더 브랜디, 즉 독도롱뇽을 담근 브랜디가 있다. 미친 저자가 슬로베니아까지 살라만더 브랜디를 찾으러 여정을 떠나지만 결국 실패한다. 하지만 저자와 독자 모두가 죽은 동물을 담갔던 알코올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그걸 실제 마셔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지 싶다.

 







다만 번역이 매우 답답하고, 편집은 최악이다. 



오호 통제라.......... 이 정도 오타는 그냥 애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