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다음날_일상다반사/식물일기

식물 식구들의 겨울나기 - 꽃을 피운 필레아페페와 아스파라거스의 내성, 알로카시아 수경재배 4컷만화, 튤립 구근 심기.

초록식구들이 대부분 추위에 약한 관엽식물인 탓에 다같이 거실로 들어와 옹기종기 겨울을 나는 중이다.

 

하지만 금전수는 한발짝 늦게 들여 버려 냉해를 못견뎌서 결국 보내줘야 했고, 스파티필름도 쉽지 않은 시간 보내는 중.

죽이기가 더 어렵다는 두 식물을 이렇게 한번에 보내는 것도 능력이지 싶다.

 

그중에 필레아페페는 썩 잘 버티길래 베란다 양지에 놓고 지켜봤지만, 결국 기온이 영하 10도를 맴돌던 며칠을 지내고 보니 잎에 반점이 올라와버렸다.

 

아 얘도 죽는구나ㅠㅠ 하고 뒤늦게 거실로 들여놓고, 들여놓는 김에 아스파라거스도 같이 들여오고, 병든 아내 방치하고 나서 죽을때가 다 되어서야 울며 설렁탕 사러 가는 김첨지처럼 매일매일 분무기로 물 뿌려주고 선풍기로 공기순환 시켜주며 죽지만 말아다오 했더니,

 

안 죽는 걸 넘어서서 꽃을 피운 필레아페페다. (....)

 

아무래도 봄이 왔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야 그거 아냐..... 아직 아냐.....

 

 

 

 

잎은 누렇게 뜨고 말리고 반점 생기고 엉망진창인데, 꽃만 영롱함.

너도 살아보려고 애를 쓰는구나.... 내가 미안하다

 

 

 

반대편 자구(라고 하기에도 이젠 민망할 정도로 커버린) 에도 꽃대가 올라왔다.

우리집에서 생명력 단연 1위인 듯하다. 그래 봄에는 진짜.. 너네 자구 다 분리해서 심어줄게 ㅠㅠ

날씨 핑계 대면서 차일피일 자구분리 미루는 주인과 달리 식물들은 바지런하다.

 

가늘고 연약해서 걱정했던 아스파라거스도 태연히 잘 지낸다.

잎이 갈색으로 마르길래 걱정했는데 다행히 냉해는 아니었던 것 같고 단지 수분이 좀 부족했던건지, 분무기로 매일 분사해주니 새 줄기를 길게 냈다.

 

 

 

요즘은 아스파라거스만큼 예쁜 게 또 없는 거 같다. 하늘거리는 잎새와 줄기가 펼쳐져 있는 모양새에 완전히 반함.

 

 

그러던 중에 11월쯤 겨울나기+응애 감염으로 일찌감치 거실에 들여놨던 알로카시아에게 대참사가 일어났다.



알로카시아 강제 수경재배행 4컷만화.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어처구니가 ㅋㅋㅋㅋㅋㅋㅋ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어느날 알로카시아를 보니 구근 윗부분이 갑자기 휘어지는 게 보였다.
휘어지는 쪽에 광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내니까 바람이 불 일도 없는데 원인을 알수없이 휘는 거다.
게다가 기둥뿌리 쪽이 좀 검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혹시 무름병인가 싶어 화분 선물해 주신 직장 상사분께 여쭤 보니 무름병 맞다고 하시는 거다.

하도 무름병에 취약해서 한번 물 잘못 줘도 병에 걸릴 수 있다 하는데 마침 저러기 1주쯤 전에 물을 줬었고 딱 걸렸었다 싶었지.

그래서 집에 와서 소독솜으로 칼 닦아 잘라냈는데

웬걸 그냥 멀쩡한거야.

그냥.....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단면이 너무 깨끗해서 당황스러울 정도....

그럼 왜 휘었는가? 모르겠음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그냥 휠 때도 있대...

무튼 어처구니가 없어서 황망히 앉아있다가 다이소로 뛰어가서 화병 사다 수경재배로 심어줬다.

그렇게 멀쩡한 식물을 반토막을 낸 걸로 한동안 주변인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ㅋㅋ

무름병 판정을 내렸던 상사분이 그 꼴을 보니 참담하셨는지 수경재배식물에 넣어주는 영양제와 튤립 구근 두어개를 얻어다 주셨다.

대강 소독해서 심어보긴 했으나 크게 기대는 않고 있다.

아주 쬐끔씩 올라오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