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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_문화생활/책과 영화 그리고

[책] 가네시로 가즈키

이 과목은 B받았다. +도 안 달린 B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막장이다 막학기

가네시로 가즈키라는 주제를 좀 급 섭외한 것도 있고(그전 레포트 주제 교수님한테 까임ㅋㅋㅋㅋ) 안그래도 가즈키 소설은 단골 주제라고 생각돼서 GO정도만 다루면 너무 진부할까봐 더 좀비스 시리즈까지 끌어다가 전부 갖다붙인 것도 있다.

가즈키 가독성 좋다. 내용도 나쁘진 않은데 더 좀비스 시리즈는 왠지 모를 일본 청춘 드라마 같은 느낌이 있단 말이야.... 유쾌하고 귀엽고 속시원하긴 한데, 어딘가 아니메 같고 진부해 보인다.

그런 면이 많이 절제되어 있고 또 사회적 메시지도 분명한 GO는 명작임에 틀림없다.

더 좀비스 시리즈 중에 추천할 만한 건 SPEED. 우리나라에서는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영화화된 적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스피드가 더 재밌었다. 플대플은 평면적이다.

 

 

 

 

가즈키의 출생 배경, 재일 한국인의 역사와 그의 작품간 연계성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는 일본 출생이나 부모님이 모두 한국인이다. 재일 조선인이었던 아버지는 그를 조총련계 학교에 다니도록 했으나, 재일본대한민국민단으로 전향, 쉽게 말해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념전향을 한 이후에는 배신자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인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그가 사회로부터 들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그의 소설 ‘GO’에서 드러내고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2000년에 발표한 ‘GO’를 비롯하여 더 좀비스(The Zombies)시리즈로 일컬어지는 레볼루션 No.3’, ‘플라이 대디 플라이’, ‘SPEED’, ‘레볼루션 No.0’ 모두 그의 자전적 소설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는 한국(남한), 조선(북한), 일본 중 한 가지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피상적인 자유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자 현실이다. 그 예로 영화화된 ‘GO’의 첫 장면은 농구를 하던 가 괴롭힘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재일 한국인의 상처의 역사는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다.

할아버지는 전쟁 때 일본으로 끌려왔어. 할아버지의 등에는 칼에 베인 상처가 있었어. 일본인이 베었대. 그렇지만 나는 할아버지가 죽기 전까지 그 상처를 본 적이 없었어. 할아버지는 절대 우리 앞에서 옷을 벗지 않았거든.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가서 등을 밀어본 적이 없어. 단 한 번도.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그 상처를 알았더라면, 나는 죽을 힘을 다해서 할아버지의 상처를 지워주려 했을 거야.”/박순신이 왼손 검지 끝으로 나의 심장을 콕 찔렀다./”여기 상처를 말이야.”(94p)

세계대전 직후 200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에 거류 중이었으나, 이 때 140만 명만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여타의 사정 때문에 일본에 잔류한 60만여 명의 한국인이 사실상의 재일 한국인 1세대를 형성하였다. 이후 제주 4·3 항쟁과 여순사건, 한국전쟁 때 많은 한국인이 일본으로 피난 및 망명, 밀입국하여 재일교포 수가 늘어났는데 이후 이들에 대한 처우는 일본 내의 중요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지문 날인 제도나 외국인 등록증 상시 휴대, 재입국 허가제도, 강제퇴거 제도 등 재일 한국인에 대한 악법은 ‘GO’에 극명히 드러나 있다. 이른바 수세미 선배는 경찰에게 지문 날인을 요구받고, 주인공 도 외국인 등록증을 휴대하지 않고 길을 가다 마주친 경찰을 따돌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가즈키 소설 속 등장인물은 일본과의 관계에서 희생된 사람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의 저돌적인 태도를 동경하면서도 용기 내지 못하는 ‘GO’정일이나, 재일 외국인들을 멸시하는 부모님 밑에서 동시에 재일 외국인들을 친구로 두고 살아가는 일본인 츠바키의 혼란, 베트남전에 미군측에 참전하여 전사한 더 좀비스박순신의 삼촌 등, 세계대전과 이후 냉전시대를 통해 겪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가즈키의 작품 속에 다양하게 등장한다.

 『우리 삼촌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었어. 한국군은 미국군을 도와주기 위해 베트남에 출병했어. 삼촌은 내가 어릴 적에 돈을 벌려고 일본에 밀입국했어. 나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자주 삼촌이 사는 단칸방에 생활비하고 음식을 가지고 갔었는데, 삼촌의 표정이 밝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삼촌은 특수부대원이었기 때문에 격전지구에 투입되었대. 삼촌은 지옥을 보았다고 했어. 동료가 하나둘 처참하게 죽어가는 것을 매일 보았다는 거야. 죽는 놈은 한결같이 마음씨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삼촌은 말했지, 이 세상은 미쳤다고. 세상은 모두 그 전장과 같다고. 그러니까 내게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했어. 넌 이 나라에서 적에게 둘러싸여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삼촌은, 날개만 있다면 자유롭게 아무 데나 갈 수 있을 텐데, 라는 말을 자주 했었어. 하늘 높은 곳에서 평화로운 세계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다고. (플라이 대디 플라이-169p)

단순히 , 정말 재미있었다는 감상을 품을 수 있게 쓰고 싶었습니다

 가즈키 소설의 특징은 이러한 장면들을 무겁지 않게 스토리 안에 녹여낸다는 점이다. 인종차별의 역사를 담은 작품들과 구별되는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재일 한국인 제 1세대 소설은 국가와 민족에 대하여 탐구하고 고민하는 내용, 2세대의 소설은 어디에서도 수용되지 못하는 현실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어둡고 진지한 문체가 대부분이다. 재일 한국인 양석일의 택시 광조곡이 대표적인 예이다(그러나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로 영화화되면서 상당히 코믹해졌다. 여기서는 소설에 대하여만 분석하기로 한다). 그 외 김사량, 김달수, 김석범, 이회성, 이양지 등 많은 1,2세대 작가들이 있었다. 반면 3세대 가즈키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의 배경에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깔아 놓으면서도 주된 스토리는 인물이 출신에 대한 고민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목표를 찾아 나가는 것으로 설정된다. ‘GO’에서는 여자친구 츠바키와의 사랑,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는 타인의 복수를 돕는 우정, ‘revolution no.3’에서는 역시 친구의 무덤을 찾아간다는 우정이 각각 소설 내의 주요 인물들의 목표이다.

 가즈키의 일련의 소설들을 읽어 보면 등장인물들의 설정이 서로 비슷하다. 주인공은 남학생, 그것도 싸움을 하거나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힌 불량학생이며 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GO’에서의 아버지의 한심하다는 눈빛이나, ‘더 좀비스시리즈에서의 선생 사루지마의 주시 대상이 되는 일들이다. 주인공의 친구들도 그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은 반항아라는 설정답게 어른들과 세상들에게 당당히 맞서고, 그 과정은 유머러스하고 가볍게 그려지고 있다. (재일 한국인이 등장하지 않는 연애소설과 같은 소설에서도, 가볍고 어딘가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결말을 맺어 역시 그만의 특징적인 분위기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주로 1인칭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면서도 이야기 내의 갈등과 사건들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1인칭 화자의 직접적인 설명을 통해 독자는 쉽게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다. 교복을 입은 반항아들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어른들을 멋지게 이겨 보이는 모습에서 청춘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평균 페이지수도 150페이지 남짓 되고, 문체가 짧고 수식어가 적어 경제적이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책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인종 차별의 기제가 담긴 작품이 이렇듯 쉽게 소비되기란 쉽지 않다. 유대인과 나치의 이야기를 다룬 아트 슈피겔만의 역시 그 매체가 대중적인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대하여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평을 받는다. 내용의 경중이 작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많은 작품이 민족과 국가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즈키의 소설은 민족 정체성을 담은 문학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날카롭게 짚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더 좀비스시리즈의 완결인 ‘revolution no.0’의 완결 기념 인터뷰에서 더 좀비스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저 재미있는 스토리이다. 나는 테마가 스토리보다 전면에 드러나는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 시리즈에서는 독자가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단순히 , 정말 재미있었다는 감상을 품을 수 있게 쓰고 싶었다라고 답하면서, ‘다만 독자들이 세상을 바꾸고 싶을 때 더 좀비스의 주인공들을 떠올려 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독자뿐 아니라 모든 일본인, 나아가 그 누구나 독자가 될 수 있고,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스토리를 통해 대중적인 교훈-‘부조리한 세상은 누구나 바꿀 수 있다’-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작가가 굳이 억지로’, ‘무겁게알리려 의도하지 않았던 어떤 상흔을 발견하는 것은 독자에게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박순신을 통해 본 재일 한국인에 대한 희망

 가즈키는 더 좀비스시리즈에 등장하는 학교를 자신의 학교를 모델로 했음을 밝힌 바 있다. 체벌이라든가 가혹한 훈련 등, 현재 생각하면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싶은 일들을 학교에서 겪었다고 고백한다. 학교란 젊은이들에게 사회로 가는 첫걸음인 반면에, 어떤 획일적인 사상과 지식을 주입하는 폭력의 현장일 수 있음을 더 좀비스의 반항아들을 통해 드러낸다. 학교가 이런 단점을 공공연히 드러낸 사회 공동체(더 좀비스의 문제아 학교로 소문난 고등학교)로 변질될 때, 가장 먼저 배척당하는 것은 성적이 낮은 아이들과 외국인이다. 특히 더 좀비스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은 재일 한국인인 박순신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박순신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실종된 삼촌과 전쟁 때 일본으로 끌려온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문제아이다. 선생들마저 무서워 건드리지 않는 박순신은 더 좀비스의 시작인 레벌루션 no.3’에서는 주인공 ’(미나가타)의 주변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시에 그 무리 사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말수가 적고 나서지 않는 설정상 스토리 전개에 박순신 개인으로서의 역할은 두드러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조연에 머물 것 같았던 박순신은 그러나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는 주연급의 인물이 되어 레벌루션 no.3’에서 미나가타가 그랬던 것처럼 전개를 이끌어 간다. 박순신은 딸이 유명한 복싱 선수인 고등학교 남학생에게 폭행당해 입원하자 그에게 복수하려는 주인공을 도와 그의 복싱 코치를 맡는다. 여기서의 스토리는 폭행당한 딸과 아버지의 눈물겨운 정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딸을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와 그를 돕는 학생 간의 우애와 서로간의 이해가 중심이 된다. 즉 재일 한국인인 박순신은 일본인인 주인공과 함께 또 다른 주인공의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가즈키 소설이 던지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재일 한국인이란 분명 일본 내의 평범한 일본인 주변에 존재하지만 그의 역할이란 확실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때로는 그들에게 주목할 만한 도움을 주는 존재일 수 있으며, 나아가 종국에는 ‘GO’의 스기하라처럼 출신에 관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하는 주체적인 존재일 수 있다.

더 그레이트 치킨 레이스, 그리고 츠바키

‘GO’의 첫 장면에는 더 그레이트 치킨 레이스라는 일종의 내기 같은 것이 등장한다. 이는 장난기 많거나 불량한 남학생들이 주로 하는 것으로, 지하철이 들어오기 전 철로에 내려가 있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철로의 반대 끝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무섭다고 달리지 못하거나, 중간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도무지 학생들의 놀이라고 볼 수 없는 이 위험한 행동은 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의 담력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주인공은 이를 두고 재일 한국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과 같다고 평한다. 계속 달려야만 하는 위험한 레이스. 재일 한국인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어가 더 그레이트 치킨 레이스이다. 전술한 외국인에 대한 여러 악법, 그리고 어두운 역사를 지나오는 과정에서 뿌리깊게 박혀 버린 그들에 대한 편견들이 전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박순신이 일본 내의 한국인들의 미래에 대한 가즈키의 희망 어린 시선이라면, 그의 작품 속 일본인에 대한 희망도 찾을 수 있을까. 더 그레이트 치킨 레이스 위에서 한국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줄 이를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스기하라와 좀비들에게 감정 이입한 독자들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가즈키는 이에 대하여 긍정적인 듯 하다. 언제나 밝고 힘찬 그의 작품의 분위기와 마땅히 어울리는 결말 같다. 혹은, 이러한 일본인에 대한 희망 구도가 그의 작품을 더욱 발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GO’에서 주인공 스기하라의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츠바키는 스기하라가 재일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망설인다. 일본인 부모에게서 한국인과 중국인은 하등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현대 일본 젊은이들은 모두 겪어봤을 일이다. 하지만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그 향기는 영원하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혹은 원효대사의 해골 물 일화를 떠올려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재일 외국인이라는 타이틀을 알지 못하고 지냈던 때의 스기하라는 츠바키에게 그저 좋은 남자친구일 뿐이었다.

 『이제 스기하라가 어떤 나라 사람이든 상관 안 해. 때로 내게 날아와서 나를 쏘아봐 주면 일본 말을 할 줄 몰라도 상관없어. 스기하라처럼 날기도 하고 쏘아볼 수도 있는 사람, 아무 데도 없는걸 뭐. (238p)

 츠바키는 스기하라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그의 내면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오히려 츠바키는 사쿠라이라는 성만을 가르쳐주고 츠바키라는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너무 일본인 같아서였다(‘사쿠라이는 일본의 벚꽃, ‘츠바키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동백꽃을 의미한다). 때로 자신의 정체성이 타인들과 지나치게 동일시될 때 츠바키와 같은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찾기 위하여 오히려 이름을 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구세대들의 이분법적인 편가르기가 그들에게도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 없으며, 오히려 제3의 정체성, 자신만의 고유한 그 무엇을 찾는 과정에서는 재일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동일하다는 것을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츠바키가 스기하라에게 가자.’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대로 이 소설의 제목인 ‘GO’가 되었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도 재일 외국인에 대한 희망은 드러나는데, 여기서는 같은 또래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던 ‘GO’와는 달리 40대의 샐러리맨인 주인공이 외국인 박순신을 이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지금까지 힘껏 살아왔어. 다른 사람에게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어. 그렇지만 지금은 모든 게 부끄러워. 박 군의 말대로, 나는 지금까지 반경 1미터 정도의 시야밖에 갖지 않았던 거야. 우연한 기회에 자네들을 만나 그걸 깨닫게 되었지. 나는 박 군을 위해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그 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어. 그에게 더 이상 그런 식으로 싸우게 하고 싶지 않아. 나는 고작 샐러리맨이고 세상을 바꿀 힘도 없지만, 그 대신에 그를 지켜주고 싶어. 나는 강해지고 싶어. (142p)

 주인공 스즈키는 박순신의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딸과 비슷한 나이인 박순신이 가여워진다. 길에서 만난 혼혈 여자아이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고, 자신에게도 무뚝뚝하지만 세심하게 복싱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나이 또래의 순수하고 여린 모습이 그에 대한 편견 때문에 거친 껍질 안에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된다. 박순신의 도움으로 딸을 위한 복수를 성공하는 그이지만, 박순신 역시 그와 같은 사회 기득권을 가진 어른들의 인정을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쉬워질 수 있다.

 가즈키는 자신은 굳이 무언가 독자들이 알아주길 바라지 않고 쓴 재미있는소설이었다고 말하지만, 작품은 작가를 떠나는 순간 독자와 사회환경 속에서 고유한 의미를 하나, 어쩌면 수 개 얻게 된다. 가즈키의 작품은 재미있고 가독성이 좋은 엔터테인먼트 소설인 동시에, 재일 한국인이라는 민족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더 그레이트 치킨 레이스에 참가한 수많은 스기하라와 박순신들에게, 가즈키 소설은 철로 위에서 손을 내미는 츠바키와 스즈키 같은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