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컬쳐리뷰_문화생활/책과 영화 그리고

[책]용의자 X의 헌신

 


용의자 X의 헌신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06-08-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6년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2005년 연말 미스터리...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재미지네요. 추리소설은 언제 읽어도 재밌음. 이리저리 머리 굴리면서 읽으면 더 재밌을지 모르겠지만 난 그냥 넋놓고 "와 짱이다...헿..." 이러고 보는 스타일. 탐정처럼 관찰력 뛰어난 사람은 늘 신기하다. 나는 워낙 타인에 대해 관심이 없는지라.

 

확실히 대중적 취향인 건지,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은 더 재밌게 느껴진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 보다는 이쪽이 더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게이고 소설의 특징 같은 것도 좀 알것 같다. 전체적인 게이고 소설의 주제가 '여성을 향한 남성의 헌신적인 사랑' 이렇지 않나? 백야행은 아직 안 읽고 한국판 영화만 봤는데 거기서의 주제도 그렇고. (이 문장을 쓰면서 다음에 읽을 것을 '백야행'으로 정했음.) 계속 생각하는 건데, 하루키 소설이 남성 판타지라면 게이고 소설은 여성 판타지 쪽에 가깝다. 게이고 소설의 남주가 평범하고 못생기긴 했지만(...) 여자를 위해 온몸을 바친다. 그리고 여자는 주로 다른 잘난 놈을 만나 잘 되고. 하루키 소설은 그 반대잖아. 뭐 하나 빠지는 거 없는 남주가 (혹은 평범하더라도) 그 책에 등장하는 여자의 최소 50%랑은 잠ㅋㅋㅋㅋ 여체는 항상 탐닉의 대상이고 동정의 대상이고. 소재나 스토리 전개는 재밌는데, 하루키 소설 읽다 보면 '아 뭐야 이거 재수없어...' 좀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어서 읽고 있는 게 존심 상하고 ㅋㅋㅋㅋ 게이고 소설도 확실히 판타지라는 거 알지만, 또 그렇잖아요. 판타지 건드리는 소설이나 드라마 보며 울고 짜고 하는 거...

 

다시 용의자 X로 돌아와서, 마지막 장면은 '비밀'이 오버랩된다. 절제되어 있던 감정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분출되는 결말. 서정적으로 표현하자면, 화려하게 폭발하는 초신성 같기도 하고 그렇다. 사라지기 전에 가장 빛나는 거. 그래서 가장 선명하고 존재감 느껴지는 거.

 

조금 고민은, 추리소설에 대한 나의 입장인데, 어쩐지 추리소설은 인스턴트 같은 느낌이 있단 말이지. 트릭을 알기 전에는 엄청 흥미진진하게 읽는데, 알고 나면 김새는 그런. 이거 또 읽고 싶어질지 잘 모르겠다. '비밀'은 진짜 좋은 소설이라는 게 다시금 느껴진다. 두고두고 생각나는 결말.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결말. 용의자 X의 헌신도 조금 지나면 내 머릿속에서 그렇게 맴돌게 될지. 아직은 좀 의문.